금융권에 첫 발을 디딘 웅진그룹이 저축은행 부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동안 보험, 증권 등 금융권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다가 한 번에 두 곳의 저축은행을 인수했지만 누적된 부실 탓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자금만 쏟아붓는 모양새가 됐다.
2일 저축은행권에 따르면 웅진그룹 계열사 웅진캐피탈은 자회사인 서울저축은행에 지난 한 달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총 800억원을 유상증자했다.
서울저축은행은 지난해 8월 웅진캐피탈이 사모펀드를 통해 700억원에 인수한 곳이다.
인수자금까지 합하면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웅진그룹이 서울저축은행에 투입한 자금은 1500억원에 달한다. 서울저축은행과 함께 인수한 늘푸른저축은행 매각가 400억원을 더 하면 투입 자금 규모는 1900억원으로 늘어난다. 자산 5조원대인 업계 1위 솔로몬저축은행의 자본금 1040억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서울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 정기 주총에서 1000억원 미만을 유상증자하기로 했는데 자금 모집 등의 문제로 증자를 두 번에 나눠한 것”이라며 “경영권이 웅진 주도의 사모펀드에서 웅진그룹에 확실히 넘어온만큼 웅진그룹 주도의 책임 경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회계기준(BIS) 자기자본 비율이 -7%에 달할 정도로 부실이 심각했던 서울저축은행의 상황은 웅진그룹 인수 후에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서울저축은행은 2010회계연도 3분기까지 3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대규모 증자로 BIS 비율은 8.8%의 크게 개선됐지만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자산 부실화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인사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웅진그룹 인수 후 대표이사만 세 번이 바뀌었다.
저축은행권에서는 금융사 경영 노하우가 없는 웅진이 저축은행을 인수한 것 자체가 오판이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웅진캐피탈은 지난 2009년부터 녹십자생명, 유진투자증권, 우리캐피탈 인수에 뛰어들면서 금융권 진출을 준비해왔다. 이런 시도가 물거품이 되면서 지난해 8월 서울저축은행과 늘푸른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했지만 금융업을 해본 적이 없는 웅진이 극도로 악화된 경영환경에 처한 저축은행 경영을 너무 쉽게 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화그룹도 2008년 말 새누리저축은행을 인수하고 2년 반동안 2830억원을 투입했지만 경영 실적은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다.
웅진이 저축은행을 한 번에 두 곳이나 인수한 점도 업계에서는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 서울저축은행만 인수해도 영업권 외에서 지점 두 세 곳을 설치할 수 있음에도 굳이 400억원이나 들여 다른 지역의 저축은행을 인수할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늘푸른저축은행은 자산 규모가 2600억원 밖에 되지 않는 곳이어서 시너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늘푸른저축은행은 2010회계연도 상반기까지 45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회계 결산을 앞두고 대주주가 급하게 자금을 쏟아붓는 느낌”이라며 “자산 부실 상태를 보면 적자 규모 확대가 뻔히 보이는 상황이어서 어차피 들어갈 자금이라면 빨리 증자를 해서 정상화를 앞당기자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