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진법이 가득한 세상이다. 10과 100, 1000 등 숫자로 대변되는 모든 것은 다양한 의미와 상징성을 지닌다.
이들 대부분 '완성'이라는 궁극적인 목적과 함께 '또 다른 시작'이라는 함축적인 의미까지 담고 있다. 100년 역사의 '쉐보레'가 한국 진출 100일을 맞는 시점이 남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후 대대적인 브랜드 홍보와 프로모션을 통해 적극적인 쉐보레 알리기에 나섰다. 이런 쉐보레 알리기의 중심에는 '안쿠쉬 오로라(Ankush Arora)'한국GM 세일즈 마케팅담당 부사장이 있다.
지난해 10월 알페온 론칭 시점에 맞춰 GM인도 법인에서 한국GM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글로벌 GM의 세일즈 마케팅 분야에서 화려한 경력을 인정받아온 세일즈 마케팅 전문가다.
한국시장에서의 생산성 향상을 바탕으로한 시장점유율 향상과 이를 통한 글로벌 시장 확대가 그에게 주어진 임무다.
한국생활 9개월여에 이르는 그는 어느 틈엔가 쉐보레가 우리 곁에 스며든 것처럼 그 역시도 한국의 자동차 산업과 한국문화에 적응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은?"이라는 질문에 특유의 방긋한 미소와 함께 또렷한 발음으로 "라면!"을 외치는 그는 인도 출신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 임원이라는 선입견을 성큼 밀어내고 인터뷰 자리에 다가섰다.
◇쉐보레 론칭 순간이 가장 감격=그는 이제껏 한국생활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순간으로 한국GM 세일즈 담당 임직원에게 쉐보레를 소개하던 순간을 꼽는다.
"세일즈 마케팅 담당 임직원 35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인 곳에서 쉐보레 브랜드 출범을 알렸습니다.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쉐보레의 고객서비스 철학을 소개하고 모든 판매 직원에게 새롭게 도입되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자리였지요. 커다란 변화(그는 Big Change라고 표현했다)를 알리는 순간인만큼 많은 직원들이 열정적으로 그리고 감동적으로 쉐보레를 받아들였습니다.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1997년부터 GM에 몸담아온 그는 여러 다국적 자동차기업에서 세일즈 마케팅 분야를 두루 거치며 노하우를 다져왔다. 다양한 지역에서 여러 마케팅 전략을 짜온 그에게 한국에서의 쉐보레 론칭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그에게는 '하나의 색을 입히는 것이 아닌, 기존의 색을 걷어내고 새로운 색을 입혀야 한다'는 절박감도 서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수많은 한국GM 임직원의 강한 의지에서 그는 깊은 자신감도 얻었다.
"많은 임직원들이 쉐보레를 따뜻하게 받아들이는데 감명받았습니다. '고객' 이라는 철학을 가장 앞에 내세운 자동차 브랜드는 이를 알리고 판매하는 직원들에게 하나의 커다란 '동기부여'를 줍니다. 강한 의지가 있고 철학이 있는 것이지요.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입니다.”
◇한국의 라면 좋아하는 인도출신 GM 임원=브랜드 론칭을 알리면서 쉐보레의 상징인 노란색 나비넥타일를 매고 등장한 그의 모습은 많은 임직원에게 감흥을 전달했다.
수많은 세일즈 담당직원들이 "우리도 노란 '보우타이'를 하겠다"고 나서는 모습만으로도 안쿠쉬 부사장은 큰 감동이었다.
브랜드 출범 100일. 한국GM은 이전 GM대우 대신 GM의 글로벌 브랜드 ‘쉐보레’를 들고 숨가쁘게 달려왔다. 짧은 기간동안 눈에 띄는 성장세도 기록했다. 쉐보레 브랜드의 한국시장 안착은 우선 성공적이다.
올들어 1만대를 밑돌았던 판매는 본격적인 쉐보레 론칭이 이뤄진 3월부터 가파르게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란도와 캡티바, 아베오, 크루즈5 등 걸출한 모델도 새로운 쉐보레 앰블럼을 얹고 다시 태어났다.
3월 1만2265대, 4월 13만6대, 5월 12만4030대 등을 기록했다. 7% 안팎에 머물러있던 시장 점유율도 시나브로 상승하고 있다. 3월 8.5% 점유율을 기록한 이후 4월 9.6%, 5월 9.7%를 기록하고 있다.
수입차를 제외한 국산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이미 10%를 넘었다. 한국GM이 쉐보레 브랜드를 앞세우며 내세웠던 두 자릿수 점유율 달성에 성공한 셈이다.
이렇게 시작한 새로운 고객서비스 '쉐비 케어 3,5,7'과 쇼룸의 재정비, 판매망 강화 등 다양한 활동이 그의 머리에서 시작됐다. 대학 캠퍼스 축제현장과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치러진 쉐보레의 글로벌 소형차 '아베오' 이벤트 역시 그의 아이디어였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쉐보레 모델에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확대하고 편의장비를 더하는 등 다양한 고객의 요구도 받아들일 계획이다.
브랜드 출범 100일. 다소나마 낯설었던 자동차 브랜드 쉐보레는 어느 틈인가 우리 곁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쉐보레는 더 이상 낯선 나라의 생경한 자동차 브랜드가 아닌, 경기도 부평과 전라북도 군산, 경상남도 창원에서 숨가쁘게 차를 생산하고 있는 국산차로 여겨진다.
이것은 쉐보레를 들여와 선보인 한국GM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 모두에게 도전이자 모험이다. 이러한 도전의 결과는 무던히도 배타적인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한국GM의 가열찬 노력과 선입견 없이 새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노력이 이어질 때, 마침내 '성공'이라는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