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0시간 근무제를 적용하면 어떻게 사업을 하라는 말이냐.” 1일부터 시행되는 주40시간제 적용 대상인 20인 미만 사업장을 경영하는 모 기업 대표의 얘기다.
그는 “납기일을 맞추려면 주40시간 근무로는 어림없다”며 “차라리 4대 보험 적용도 받지 않아 비용이 덜 들어가는 아르바이트를 쓰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영세한 사업주 가운데 주40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5인 이상~20인 미만 사업주들의 볼멘소리가 줄을 이었다. 더군다나 주40시간제를 시행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게 돼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 규정을 지키지 못하고 있어서다.
주40시간제는 2004년 7월1일 1000인 이상 사업장에 첫 적용됐다. 그러면서 매년 사업장을 300인 이상, 100인 이상, 50인 이상 등으로 확대했고 2008년 7월1일 20인 이상의 사업장까지 적용범위가 넓어졌다.
올 7월1일부터는 20인 미만 사업장에 주40시간 근무제가 적용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5월말 현재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는 1만700여 기업이 있다. 이 중 5인 이상~20인 미만 사업은 4700여 곳으로서 전체 기업 중 약 44%가 주40시간제의 적용을 받는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인 미만의 사업장 가운데 주40시간제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은 절반이 넘었다. 51.8%였다. 산술적으로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2300여 곳의 기업이 주40일제에 취약한 셈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에서 10여명의 직원과 근무하는 A기업 대표는 “주40시간 근무제가 7월1일부터 시행하는지 몰랐다”며 “주40시간제가 적용되면 직원들 입장에서는 좋아지겠지만 현실적으로 경영환경이 더 악화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이미 2008년 7월1일 도입대상이었던 20인 이상~50인 미만 사업장 가운데 42.1%가 주40시간제를 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3년간 이들 기업을 방치해 뒀다. 이들 기업이 주40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는 유인책이 부족했던 것이다.
지난 2008년에 주40시간제를 도입하지 않았던 기업들은 3년이라는 시간만 낭비했다. 이제는 20인 미만 사업장도 주40시간제 적용대상이 됐다. 이들 기업도 주40시간제를 도입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낼 가능성이 높다.
정책입안자들은 충분히 시간을 유예해줬다며 할 말이 있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영세 규모 사업주들은 적용기간을 늦춘다고 ‘감자’가 ‘고구마’가 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영세한 사업주가 주40시간제를 시행하려해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중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장근로수당 등 인건비 상승’(38.4%)을 가장 부담스러워했다. 이어 △근무여건상 주40시간제 부적합(20.4%) △근로자의 연장근로 기피(16.0%) △인력부족분에 대한 신규채용 어려움(12.3%) △노동생산성 감소(11.4%) 등을 걱정했다. 현실성 없는 법으로 인해 앞으로 범법자가 늘어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20여명과 함께 근무하는 B 대표는 “대기업도 중소기업과 똑같지 않느냐”며 “하루 8시간만 근무하는 직원을 대한민국에서 찾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정책에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내부 직원이 노동부에 고용주를 신고하면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며 “중소기업 가운데 안 걸리는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며 현실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