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17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중국은 당초 예상대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16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의 회동 뒤 성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티베트와 티베트인 고유의 종교, 문화, 언어전통의 유지에 대한 강한 지지를 되풀이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의 티베트인들의 인권보호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측을 의식한 듯,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는 점과 미·중 파트너십 구축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과 티베트 간의 미해결 이견 해소를 위한 직접적인 대화도 촉구했다.
백악관은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독립을 추구하지 않으며 중국 측과의 대화가 곧 재개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고 전했다.
달라이 라마는 회담 직후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AFP통신에 “오바마는 세계 최대의 민주국가의 대통령으로서 자연스럽게 인간의 기본적 가치와 인권, 종교의 자유에 대해 깊은 관심과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그는 티베트와 다른 지역에서 주민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중국의 반발을 감안해 지난해 2월 면담 장소인 오바마 대통령의 집무실 오벌오피스가 아닌 사적인 공간인 관저의 맵룸(Map Room)을 회동 장소로 준비했다.
언론에 두 사람의 회동 모습을 직접 공개하지 않는 등 ‘로키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의 사전 경고에도 달라이 라마를 면담한데 대해 격렬히 반발했다.
마자오쉬 외교부 대변인은 관영 신화통신을 통한 성명에서 “이번 만남에서 중국 내정에 대한 엄중간섭으로 중국인 감정을 해치고 중·미 관계를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추이톈카이 외교부 부부장은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의 로버트 S 왕 대사대리를 외교부로 긴급 초치해 엄중히 항의하기도 했다.
장예쑤이 주미 중국대사도 워싱턴의 미 국무부 측에 정식 항의했다.
앞서 중국은 전일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회동 일정이 발표되자 “우리는 어떤 형식이든 외국 정치인이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것에 단호하게 반대하며 이런 행위는 양국관계를 손상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티베트를 중국의 불가분한 영토로 간주하는 중국은 달라이 라마를 국가 분열을 획책하는 ‘분리주의자’라고 비난하며 그가 외국 지도자와 만나는데 거세게 항의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달라이 라마와 1시간 넘게 비공개 만남을 강행했고 중국은 당시 강하게 반발했다.
달라이 라마는 ‘카라차크라’라는 대중 불교 의식을 열기 위해 지난 5일부터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