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가 또 고장났다. 지난 15일 KTX산천 열차에서 연기가 발생, 운행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더니 17일에는 김천 황악터널 안에서 열차가 아예 멈춰섰다.
주말 연휴 동안 두 차례 고장을 일으킨 것이다. 잦은 KTX고장 사고에 대해 코레일 측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해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특히 KTX산천 리콜이나 항공기수준 안전기준 도입, 부품 교체 등 대책을 내놨으나 백약이 무효해 시스템 구조적인 개혁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KTX의 고장은 올해에만 30여차례나 집중되고 있어 정부와 코레일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코레일은 이에 대해 "조그만 이상만 있어도 안정을 위해 점검을 하다보니 고장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KTX는 고장철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잦은 고장에 따른 불안감이 국민들 사이에 만연하고 있다.
문제는 코레일이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임시방편이나 땜질식 처방에만 매달린다는 것. 실제로 최근에도 KTX산천 리콜을 비롯해, 항공기수준의 안전기준 도입, KTX부품 교체 등 대책을 내놨으나 여전히 사고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코레일 내부에서 조차 "불안하다"라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년간 진행됐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코레일에 대한 지나친 인력감축이나 비용절감 등으로 안전에 심대한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논리다.
실제로 코레일에 따르면 2010년부터 3500㎞ 운행후 점검하던 KTX 전동차의 정기점검 주기를 5000㎞ 운행이후로 연장했다. 또 전기 분야의 경우 격주마다 점검해야할 신호설비를 매월 점검하는 것으로 점검주기가 늘렸고, 무선설비와 역무자동설비 점검 역시 월 1회에서 3개월에 한 차례로 변경했다.
이같이 코레일이 차량 및 전기분야에 대한 정기 점검주기를 연장한 것은 지난 2009년 3월 현 허준영 코레일 사장이 취임한 이후 공기업 선진화를 명분으로 실시한 인력감축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코레일은 허 사장 취임 후 지난 2009년 4월 인력 5115명을 일괄 감축했고, 2012년까지 초과 현원을 정리하기 위해 철도내 각 분야에서 현업 인력 감축을 추진 중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KTX의 고장과 사고가 급증한 것은 코레일이 인원을 감축하면서 차량 및 시설를 점검하고 보수하는 현장 유지보수 인원을 대폭 감축해 정기 점검주기를 연장할 수 밖에 없어 생긴 인재라는 지적이다.
지난 2009년 감축된 5115명의 보직을 살펴보면, 보수업무 등 시설(989명)과 전기(766명) 분야 인원이 1755명, 차량 담당 인원이 1203명에 달하는 등 현장 유지 보수 인원이 58%에 달했다. 나머지 감축자 2157명은 운전 및 역무, 열차승무 업무 종사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유지·보수분야 현장 인력이 부족해 정기 점검 주기와 거리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고장 및 사고가 급증한 것 아니나는 지적이다.
특히 앞서 코레일은 KTX의 사고 및 고장이 잇따르자 KTX산천 리콜과 항공기 수준의 안전기준을 도입한다고 공언했다. 그럼에도 이같은 사고가 이어지는 것은 코레일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지나친 것으로 코레일 조직이나 시스템 자체를 뜯어고치는 등 특단의 조치가 아니면 해결될 수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실제로 코레일은 KTX의 잦은 고장원인에 대한 자료를 언론에 제보한 내부 고발자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는 등 은폐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