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대한통운 인수를 사실상 확정지으면서 달라진 게 하나 있습니다. 언론 등 외부 노출을 꺼려온 이재현 회장의 의중이 계열사들을 통해 적극적으로 보여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 때문인지 언론과의 스킨쉽 강도도 더 강해졌습니다. 대한통운 인수가 확정된 직후 기자회견을 연 것을 시작으로 지난 12일에는 CJ제일제당이 새로운 사업계획을 들고 기자들을 만났습니다.
단순한 식품회사에서 벗어나 이 회장의 ‘온리원’ 정신에 맞게 다른 기업들이 하지 않는 부문을 더 강화하고 M&A를 통해 회사의 덩치를 키우겠다는 얘기도 슬쩍 내비쳤습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임원들도 총출동해 기자들이 평소 회사에 궁금했던 내용들을 홍보부문이 아닌 실무자들과 이야기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습니다. 지난주에는 식품업계 홍보팀들과 기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를 주선하며 친목을 다지는데 열중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CJ 식품계열사 사장들이 총출동해 퇴계로 사옥으로 이사한 후 기자들과 함께 집들이를 합니다. 얼마전 기자회견을 연 CJ제일제당은 물론, CJ푸드빌과 CJ프레시웨이, CJ GLS는 물론 지주회사인 CJ의 대표도 한 자리에 모여 기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한 겁니다.
CJ그룹과 언론사 기자들이 이렇게 자주 만나는 건 아마도 회사 창립 이래 한 번도 없었을 겁니다.
업계에서는 CJ그룹의 조직이 대한통운 인수를 기점으로 180도 변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식품회사로 출발해 엔터테인먼트와 물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왔지만 다른 그룹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 속도가 느렸다는 겁니다.
이재현 회장이 대한통운 인수 전 “CJ와 출발 시기가 비슷했던 기업들은 다 뛰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성장속도가 너무 더디다”며 “그룹 전반에 만연한 안주 문화를 타파하지 않고서는 혁신적인 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말한 내용을 보면 그 고민의 깊이를 알 수 있습니다.
CJ그룹은 언론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요? ‘우리는 단순한 식품회사가 아니다. 질적 도약이 시작될 것이다. 앞으로 재계의 화두는 삼성이나 현대차, LG가 아니라 CJ가 될 것이다. 지켜봐 달라.’ 이런 내용일까요?
CJ그룹의 내부에서는 지금 경쟁이 매우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계열사 사장들의 임용과 탈락의 기간도 더욱 짧아지고 있습니다. 일단 변화가 시작된 건 맞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