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들에게 비상사태시 외화자금 조달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글로벌 신용경색 위기상황에 대비한 은행들의 능력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기관 외화유동성 특별점검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한 12개 은행에게 비상시 외화자금 조달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앞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간부회의에서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확보를 각별히 챙기라”고 주문했다. 지난 23일에도 그는 “올해는 외환건전성 문제를 1번으로 하겠다”며 외환관리에 집중할 계획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잇단 지적은 우리나라의 외화유동성 위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된 것을 염두에 뒀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금융 관료들의 머릿속엔 1997년, 2003년, 2008년 등 5~6년마다 찾아온 외환 관련 `트라우마'가 남아있다”며 “국내 불안요소인 가계부채와 선진국 재정위기에 대비한 외환건전성 대책을 미리 마련해야 위기가 닥쳤을 때 허둥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8년 6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우리나라에서는 346억 달러의 외화가 빠져나갔다가 이후 지난 4월까지 다시 987억 달러가 유입돼 단기간에 외환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단기간에 유입된 자본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불안 요인이 생길 때 다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어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지나친 자본 유입은 대내외 불안을 맞아 단기간에 이탈, 외환건전성·유동성 악화와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한 당국자는 “각종 외환 지표가 안정적이고 3000억달러가 넘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지만 위기의 규모에 따라 우리나라는 언제든지 ‘외환 부족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수시로 TF 회의를 소집해 위기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