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이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비준안에 마침표를 찍어줘야 할 정치권은 손익계산서를 펼쳐들고 여론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다. 명분은 국익이지만 정작 존재하는 것은 표의 이해득실뿐이다. 대안 없는 반대만이 난무하면서 거대 자본과의 무역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재계의 속은 타들어만 가고 있다. 2011년을 관통하는 대한민국 정치권의 자화상이다.
깊어가는 재계의 한숨엔 여의도에 대한 원망이 가득하다. 특히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드높다. 내부 혼선을 조정하지 못한 채 제 각각의 목소리를 내면서 혼란이 시장을 덮쳤기 때문이다. 지적대로 당대표와 원내지도부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긋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조차 25일 기자에게 “두 가지 목소리가 있다”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해당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남경필 최고위원은 물리력이 동반되는 직권상정 무리수를 피하기 위해 여야 합의만을 내걸고 있다. 민주당이 내놓은 10+2 재재협상안이 양국 간 또 다른 무역 갈등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는 실종된 지 오래다. 정국 파행이 몰고 올 후폭풍의 두려움 앞에 정치생명을 걸고 당당히 맞서야 할 집권여당의 책임감은 사라졌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책임방기도 지적대상이다. 원(原) 협정에 비해 이익균형이 무너졌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일견 타당성이 있지만, 논거로 사용하는 자동차 부문의 연간 대미 흑자 규모는 52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추가협상 전보다 573억원 줄어든 규모이긴 하지만 미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는 관세 철폐라는 날개가 더욱 절실하다는 게 업계의 일관된 목소리다. 두려움에 문을 닫아걸기보다 세계시장에서 한판 대결을 해 보자는, 그것이 기술과 인재로 무장한 무역국가의 유일한 미래 돌파구라는 참여정부의 주장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기보다 양국 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준비기간을 늘려 피해분야 대책을 세울 줄 아는 정치권의 지혜가 결국 이익의 극대화를 가져옴은 자명하다. 늘 그랬듯 시장 발목을 잡는 정치권이란 명제가 이번만은 가설로 무너지길 여론은 학수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