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차타드(SC)제일은행 노조 파업에 후선발령제도가 새 현안으로 떠올랐다.
후선발령제도는 성과가 낮은 직원을 업무 지원 부서 등에 재배치해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는 제도다.
사측은 전직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노조는 4급 이하 직원에 대한 적용은 안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 20일 리차드 힐 SC제일은행장과 김제율 노조 위원장, 김문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참석해 교섭을 진행했다. 이 교섭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임단협과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합의를 했다. 따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시행시기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 것.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 논의한다는 큰 틀은 합의한 셈이다.
하지만 후선발령제도 확대 여부와 상시 명예퇴직제도 폐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종 결렬됐다. 상시 명예퇴직은 해마다 명예퇴직을 받을 때 18~24개월 월급을 퇴직금 외에 추가로 지급하는 제도이다. 노조는 후선발령 대상 확대가 사실상의 구조조정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우선 전직원으로 확대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태도이다. 노조 관계자는 “하급 직원은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후선발령제도가 전직원으로 확대할 경우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대부분의 시중 은행은 후선발령제를 지점장급 이상에 적용하고 있다. 영업점처럼 성과가 객관적으로 나오는 곳에 한하는 것이다.
시중은행 임원은 “지점장급 이상에 적용돼 실제 숫자는 많지 않지만 후선 배치되는 직원의 부담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측은 노조의 반응이 과민하다고 판단한다.
힐 행장은 25일 가진 간담회에서 “하위 2%의 직원만 후선발령제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목표를 달성하면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후선 배치됐을 때 기본급에 대한 삭감도 첨예하게 맞서는 부분이다. 노조는 하위 10%는 18%의 기본급이 삭감된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 중 후선발령으로 인해 임금을 삭감하는 곳은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등 두세곳 정도이다. 우리은행은 후선발령을 받아도 임금을 삭감하지는 않고 있다.
힐 행장은 “지난 5년간의 데이터를 보면은 4년 연속 최악의 성과를 내 임금 삭감에 해당되는 직원은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며 노조의 염려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성과연봉제 도입 시기 역시 아직까지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후선발령제도 확대 등 과제가 산재한 SC제일은행 노조 파업은 해결 실마리는 쉽게 찾아지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