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심한’ 한국은행

입력 2011-08-03 11:00 수정 2011-08-1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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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시기를 놓치는 데는 선수다. 13년만에 금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금값은 이미 오를데로 오른 뒤다. 그것도 국제 거래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25톤이란 대규모 매입이다. 금값이 치솟으면서 인기를 끄는 1g 돌반지를 2500만명의 신생아에게 끼워 줄 수 있는 양이다. 한은이 비싼값에 대규모 매입을 하는 엄청난 경제적 비효율성을 보여준 것이다.

한은은 최근까지 금 투자는 “이자 수익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금값이 하늘을 뚫고 나서야 “외환보유액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을 뒤바꿨다. 외환보유액 신뢰도에 앞서 한은의 신뢰도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한은의 뒷북 금 매입으로 ‘말’들도 무성하다. “금 투자 안하냐”는 국회의 단골 지적에도 꿋꿋했던 김중수 총재였다. 그런데 뒤늦은 금 대량 매입이 10월 국정감사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은의 염원인 한은법 개정안이 통과하기 위해선 국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상투 잡았다”는 비판보다는 한은법 개정안이 더 중요할 것이다. 이번 금 매입은 사전에 김 총재까지 보고됐다.

한은으로서는 사실이 아니어도,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이미 금리 인상에서 실기를 했다. 김 총재는 지난 5월 금리 동결을 주도했다. 모두의 예상과 달랐다. 정부의 성장 기조 눈치만 보다 일어난 일이다. 정부는 당시 물가상승세가 완화할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소비자물가는 7월에도 급등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은의 금리 인상은 실기가 기정사실화 했다.

김 총재는 지난 3월에만 해도 “하반기부터는 물가가 안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7월부터란 얘기는 아니였다”며 블랙코미디를 연출했다. 외환·금리, 한은 본연의 임무는 눈치보기 내지는 뒷북이란 비판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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