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라는 말은 바닷가에서 해초를 따거나 어패류를 채집하는 일 또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들이 물때가 열리는 것에 맞춰 소쿠리를 들고 나가 해초류와 조개 등을 담아 오던 길이이 '바래길'이다.
4개 코스에 55km로 이뤄져 있는 바래길을 하루에 다 돌아 보기에는 긴 길이지만 어느 하나 버릴것이 없다.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걷다 보면 작은 담벼락 하나 밭이랑 하나에서도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남해 사람들의 삶을 느낄 수 있다.
바래길의 제 1코스는 '다랭이 지겟길'로 남해군 남면의 평산항에서 사촌해수욕장을 거쳐 가천다랭이마을로 이어지는 16km의 해안길이다. '다랭이'란 산간지역에서 벼농사를 짓기 위해 산비탈을 계단형으로 깎아 만든 농지를 말한다. 계단식 논에서는 경운이 등 농기계를 사용할 수 없는 곳이 많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요즘에도 지게를 지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천 다랭이 마을에 이르러 만나는 풍경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가파른 산비탈을 깎은 계단식 논이 100층이 넘게 이어지는 바로 앞으로 청정 남해바다가 그대로 펼쳐진다. 다랭이 논은 근처에 우뚝 서 있는 설흘산(481m)의 8부 능선까지 이어진다.
구불구불 지나던 길의 모서리에서 다랭이마을이 보이면 누구라도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머물게 된다. 조성된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고 있노라면 멀리 걸어가는 사람과 작은 집들 모두 자연스레 한 폭 그림의 일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