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딥 우려, 국가신용등급 강등, 뉴욕증시 폭락 등 연이은 미국발 악재에 국내 증시가 맥을 못추고 있다.
특히 국내증시의 폭락이 끝없이 지속되면서 외국인들의 자금이탈이 심각한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증시를 견인했던 외국인들이 한국증시를 떠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한 전망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외국인들은 지난 2일부터 9일 현재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 기관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가까스로 주가 1800선을 방어했지만, 9일 오전 장에서 외국인들이 3000억원이 넘는 순매도 공세가 이어지면서 주가는 1760선으로 내려앉았다.
미국발 악재에 따른 후폭풍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국내증시가 언제 안정을 취할 수 있을지 전문가들도 가늠을 못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발 연쇄충격 국내증시 못버텨= 8월 국내증시의 폭락은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해결여부부터 전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이 채무한도액을 증액하면서 급한 불을 끄는 듯 했지만, 연이어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내증시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주말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시키면서 대폭락이 이어질 것이 예견됐다.
증시 긍정론자들은 이미 악재가 주가에 선반영됐다고 저점 매수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이들의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지난 8일 코스피 지수 1800선마저 내주고 말았다.
미국발 악재는 뉴욕증시에도 악영향을 끼치면서 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도 3대지수 모두 5~6%씩 폭락했다. 특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지난 2008년 11월 이후 무려 2년 10개월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지수는 작년 9월 이후 거의 1년만에 최저였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 경기가 더블딥에 빠지고 미 채권시장에서는 자금이탈이 본격화되는 최악의 경우에는 리먼사태를 넘는 금융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주식시장은 1500선 이하로 급락할 가능성이 높고,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이탈도 본격화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외국인 ‘셀 코리아(cell Korea)' 언제까지=외국인의 매도세가 무섭다. 지난 2일부터 이 날까지 6일째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816억원 가량으로 매도세가 다소 약화됐지만 9일 주식시장이 개장되면서 매도세가 다시 강해지고 있다. 지난 8일까지 국내증시에서 외국인들은 2조2517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9일 주식시장에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확대되고 있어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과 기관이 매수세를 보이면서 주가를 방어하고 있지만 외국인의 팔자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주이환 유진투자증권 매크로팀장은 “자국내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외국인이 6일 거래일째 순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팀장은 “보유자산의 평가액이 줄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며 “유럽계와 미국계 자금이 동시에 빠져나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국내증시 우울한 신기록= 미국발 악재에 신음하고 있는 국내증시는 우울한 신기록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 8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 때 143.75포인트까지 하락하며 1800까지 떨어졌다. 이는 역대 장중 최대 하락폭이다. 이전기록은 2007년 8월 16일 장중 한 때 136.18포인트 하락이다.
9일 오전 장중에는 하루만에 장중 최대 하락폭 기록을 경신하며 전일대비 146포인트까지 떨어지며 1722선까지 코스피 지수가 내려갔다.
또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올해 최초로 각각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국내증시의 거침없는 추락을 막기 위한 제동장치가 발동되기도 했다.
또 코스피 200 변동지수는 9일 한 때 전일대비 11.39포인트(32.3%) 오른 46.65를 기록,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타났다. 이는 2009년 4월 코스피200 변동지수가 산출된 이후 최고치다.
코스피 200 변동지수는 옵션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미래증시 변동성을 측정한 것으로, 코스피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