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럴드 로브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대공황 때다. 1929년 10월, 로브는 증시가 투기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확신했다. 증권사 브로커이던 그는 본인 주식과 관리하던 고객들의 주식을 모두 팔고 유럽으로 6주 일정의 여행을 떠났다. 그가 떠나고 3주 후 증시는 폭락했고, 로브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런 날카로운 경계심은 그의 어린 시절 기억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전해진다. 로브는 1899년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조부와 부친이 세상을 떠났고 집안은 파산했다. 그는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해졌고 정규교육은 고등학교까지밖에 받지 못했다.
실패와 좌절, 자신과의 싸움에 익숙해진 로브는 독학으로 주식을 공부했다. 1921년 증권사 브로커로 월스트리트에 데뷔한 후 성실함과 실적으로 명성을 쌓았다.
그는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월스트리트 인근 호텔에 장기 투숙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모든 시간’을 주식에 집중했다. 출근길에는 신문을 읽고 아침 7시부터 사무실에서 종목분석에 몰두했다. 성공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오로지 용감하게 주식에 미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시간이 갈수록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아져 85% 이상의 고객이 매매를 완전히 그에게 일임했다. 그들의 선택은 옳았다. 로브는 명쾌한 판단으로 고객들에게 엄청난 부를 쌓아줬다.
고객들에게 조언하거나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묶어 1935년 ‘투자 생존을 위한 전쟁(The Battle for Investment Survival)'을 펴냈다. 이 책의 초판은 당시 기록적인 25만부나 팔렸으며, 1965년까지 10차례의 개정판이 거듭되면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그는 여기서 투자의 특성, 투자자의 자세, 시장과 타이밍, 종목선정 등 여러 범주를 얘기한다. 윌리엄 오닐 등 투자의 귀재들은 제럴드 로브의 이 책을 투자의 `바이블`로 삼았다고 여러 번 밝혔다.
로브는 시장이 좋지 않을 때마다 조금씩 단기차익을 쌓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상당한 수익을 냈다. 때로는 실패하기도 했지만, 엄격한 투자전략을 통해 그는 1960년대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다. 허튼(E.F. Hutton & Co.)를 세웠고, 1974년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