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컴퓨터 등 IT제품의 과잉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황량한 심리를 담아낸 전시회 '21세기 풍경: Emptiness(공허함)'이 지난 26일 개막해 오는 10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의 메인 포스터를 장식한 작품 ‘버려진 풍경’을 만든 김해진 작가는 “부산 대신동에서 살던 어린 시절 무너진 집을 봤을 때 아쉬움보다는 안정감이 느껴져 이를 재현해내고 싶었다” 고 말했다.
김 작가는 “시멘트를 물감처럼 사용해 그렸다” 며 “벽에 완전하게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떨어지는 시멘트의 성질을 이용해 점점 허물어지는 풍경을 나타냈다” 고 설명했다.
전시회에는 ‘버려진 풍경’을 입체화시켜서 실제 콘크리트를 쌓고 벽에 그림을 그려 완성한 또 다른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허물어진 건물이 길에서 목격했을 때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미술관에서 이를 본다면 관람객들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차기작 역시 과거로의 회귀를 소재로 작업하고 있는 김 작가는 “회화로 옥상을 그리고 있다” 며 “회화와 설치미술 등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는 전방위 작가로 불리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전시회에는 수원화성을 정밀 묘사한 김기철 작가의 ‘수원화성(창용문)’ ,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사회의 이면이 망가지고 깨지는 과정을 담아낸 김덕영 작가의 ‘팡 디펜시브/오펜시브’,황지희 작가의 ‘신문을 구토하다’ 등 다양한 작품들이 선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