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을 놓고 채권단이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한‘꼼수’를 둬 빈축을 사고 있다. 채권단이 하이닉스의 총 매각금액을 본입찰에서 기업들이 써낸 금액이 아닌 본계약 시점 주가로 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이닉스 채권단은 하이닉스를 매각할 때 신주 발행과 채권단이 보유한 구주 매각 비율을 각각 14대 6으로 하기로 최근 인수 희망 기업들과 합의를 마쳤다.
채권단은 오는 19일 협의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입찰안내서를 오는 21일 발송할 예정이다. 이후 다음달 말까지는 본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11월에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키로 했다.
그런데 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매각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꼼수’를 내놓은 것. 본입찰 때는 인수 희망기업들이 하이닉스 인수를 위해 지불할 프리미엄 규모만 제시하고 본입찰 3주 뒤 열리는 이사회에서 신주발행 가격을 정하면 여기에 입찰자가 제시한 프리미엄을 붙여 주식의 최종 인수가격을 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구주 매각 가격도 이때 신주 가격과 연동해서 정한다는 계획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하이닉스 매각주간사인 외환은행이 11월 최종 주식매매계약 때 주가를 바탕으로 신주가격을 정하고, 여기에 연동해 구주가격을 정하자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하이닉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매각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채권단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입찰 참여 기업이 본입찰 당시 주당 가격 2만원을 써냈더라도 11월 본계약 시점에서 주가가 20% 오른 2만4000원이라면 응찰 기업들은 하이닉스 지분은 1억5000만주임을 감안할 때 약 6000억원의 추가 부담을 져야 한다. 그만큼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가져가는 이익도 많아진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구주 매각 가격을 신주에 연동한다는 발상은 채권단의 이익 극대화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통상적인 M&A 관행과도 어긋나는 발상”이라며 “결국 구주를 가장 많이 보유한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인 론스타만 배불리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가격 부담을 느낀 인수 후보기업들이 입찰을 포기할 수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채권단이 계속 매각 기준을 흔들고 혼란을 부추기고 있어 하이닉스를 매각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자칫 인수참여기업인 SKT나 STX가 본입찰 참여를 포기할 수도 있어 또 다시 매각 자체가 표류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