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 등 유통기업들이 실적이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달부터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글로벌 경기 악화 및 국내 소비침체로 경영난이 불가피한 가운데 공정위 막무가내식 요구에 어쩔수 없이 허리띠를 질끈 조여맨 것이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등 롯데그룹 유통계열사들이 이달 초부터 일제히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며 “공정위 압박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쳐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롯데 유통계열사들은 10월부터 각종 판촉비와 광고비, 접대비 등 불요불급한 소모성 경비 지출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무디스의 발표대로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연간 수백원의 추가비용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무디스로부터 A3 신용등급을 받았던 롯데쇼핑이 지난해 지불한 이자비용은 1363억원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돼 이자율이 1% 가량 오르면 300억원의 이자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도 비용절감을 위한 ‘슬림 워크(slim work)’ 체제 도입을 선언하면서 긴축경영에 들어갔다. 신세계는 판촉비와 광고비 등 판매관리비의 경우 최대 30%까지 삭감하고 접대성 경비도 최대한 자제해 긴축경영을 펼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과 홈플러스 등 다른 유통업체들도 각종 소모성 경비를 절감하는 등 비상경영체제는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반강제적 동반성장 요구가 글로벌 경기 악화 및 소비침체 등과 맞물려 업계 경영난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제적 이익 억제와 경영환경 악화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면 고용 및 투자감소는 불 보듯 뻔한 일이며 이에 따라 기업경영의 악순환이 초래된다는 것.
정부는 유통대기업들이 수익을 고용 및 투자확대, 동반성장 지원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적 구조를 가질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금승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은 “판매수수료 인하 등 국내 대기업에 대한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무리한 요구는 글로벌 경쟁에서 경쟁력을 떨어뜨려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발전에 해가 될 것”이라며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은 중소기업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 기술협력, 교육, 인력지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중소기업 스스로 글로벌 시장에서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