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들이 직원들의 법인카드 사용에 대한 자체 감사에 착수해 유흥업소 또는 휴일에 카드를 쓴 직원들을 대거 적발했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기업(27개)과 준정부기관(82개) 등 109개 공공기관은 최근 자체적으로 특별감사를 벌여 법인카드 부정사용 사례를 적발하고 인사조치했다.
재정부의 '공기업ㆍ준정부기관 예산집행지침'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는 '클린카드'로 집행해야 하며 사적 사용을 금지된다. 클린카드는 2005년부터 도입된 법인카드로 유흥ㆍ위생ㆍ레저ㆍ사행 등의 업종에선 사용이 제한된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2010년도 클린카드 사용명세를 감사한 결과, 유흥업소에서 결제한 것은 물론 휴일에 개인적 용도로 쓰거나 근무시간에 음식점에서 사용한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주요 사례를 보면 대한주택보증은 백화점에서 선물을 사는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한 9건(101만원)을 환수했다.
도로공사는 통상적인 식사시간이 아닌 근무시간(오전 9시30분∼11시30분, 오후 2∼5시)에 클린카드로 음식점에서 사용한 금액이 4억2천800만원(2천529건)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도로공사는 각종 민원 대응이나 공사감독, 현장조사 등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비정상 시간대의 음식점 이용은 사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50만원 이상의 업무추진비를 지출하면 일상감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결제금액을 쪼개는 편법 사례도 있었다.
한국환경공단은 한식집에서 97만원 어치를 먹고 클린카드 2개로 각각 49만원과 48만원으로 나눠 지불하는 등 분할결제 3건에 대해 인사조치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도 같은 장소에서 5분 이내 사용하고 전체 사용액이 50만원이 넘는 사례 11건을 적발했다.
이밖에 한국석유관리원은 유흥주점과 노래방 등 제한업종에서 43만원(4건)을 사용한 직원들을 경고ㆍ주의 조치했고 소비자원은 상임위원이 제과점과 식당에서 개인적 용도로 49만1천원(44건)을 사용한 것을 환수하고 서면으로 경고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업무와 무관할 가능성이 큰 심야(23시 이후)에 사용한 111만원과 휴일에 사용한 101만원을 회수했다.
재정부는 지난 6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발표로 공공기관의 법인카드 부정사용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자 공공기관에 자체감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재정부는 공공기관이 제출한 감사 결과를 대외보안으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았으며 감사원에는 통보하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예산집행지침 등 제도개선을 목적으로 공공기관에 요청한 것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가 있을 수 있어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