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에 가린 또 다른 10·26 격전지가 있다.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다.
표면적으로는 여야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간 대리전 양상이다. 결과에 따른 후폭풍은 내년 총·대선을 좌우할 부산·경남(PK) 민심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쓰나미로 비화될 수 있다.
그래선지 민주당 등 야권은 서울 못지않게 부산에 전력투구 중이다. 특히 야도(野都)로의 재편과 부활을 노리는 친노(노무현) 진영의 지원이 눈에 띈다. 이해성 민주당 후보는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이다.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사실상 선거를 책임지고 있는 문 이사장 외에도 한명숙 전 총리,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백원우·전현희 의원과 영화배우 문성근·여균동씨는 지난 24일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막판 집중유세를 펼쳤다.
이들은 이미 지난 6·2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당시 김정길 부산시장 민주당 후보가 44%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에 이어 이웃 경남에서는 김두관 야권단일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한나라당 일색의 지역 패권주의에 금이 간 균열을 이번 선거를 통해 확실히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를 통해 가깝게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최인호 부산시당위원장 등 친노 핵심인사들의 국회 입성을 이끌어내고, 궁극적으로는 변화된 PK 민심을 기반으로 문재인, 김두관 등 지역 대표주자들의 대선 직행을 도모한다는 게 내부 핵심기류다.
관건은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을 얼마나 뚫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은 싸늘하지만 박풍(朴風)은 실재한다는 게 지역 정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24일 기자와 만나 “서울과 부산만 이기면 된다”면서 “부산을 방치했다간 내년에 예기치 못한 변수에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이날 부산을 다시 찾아 정영석 후보 당선에 공을 들이는 것도 현 시점에서 이른바 문재인의 대망론을 꺾어 변화의 싹을 도려내겠다는 측면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결국 이 모든 선택은 ‘투표율’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기준점은 45%다. ‘대망론’이 ‘대세론’을 꺾고 현실화될 지 정치권의 이목이 부산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