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결국 불안한 ‘홍준표 체제’를 이어가기로 했다.
10·26 재·보궐선거의 ‘핵(核)’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하면서 ‘지도부 교체론’이 불거졌지만 대안이 부재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홍 대표를 향한 비토를 단 한 마디로 정리한건 박근혜 전 대표였다. 이는 박 전 대표의 ‘대세론’과도 맞물린다는 분석이다.
◇ 홍준표 퇴진론 왜 물러갔나 = 선거 다음 날인 27일 홍준표 대표를 비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전면적 쇄신과 변화가 돼야 하며, 여기에는 지도부 책임론도 포함된다”고 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원점에서 모든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의도연구소장인 정두언 의원은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라는 홍 대표의 발언에 “Shut the mouse(입 닥쳐)”라고까지 했다. 이는 애초에 홍 대표가 “탤런트 정치인은 안 된다. 나경원으론 약하다”며 자당후보를 흠집 낸데다 ‘서울 4선, 수도권 대표론’으로 당대표에 당선된 뒤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정작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열린 이정현 의원의 출판기념식에 참석해 “선거 결과에 따라 비대위를 구성한다든지 그런 일이 전에도 있었지만 제대로 된 반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지금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부재를 인식한 것이지만,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린 상황에서 당의 안정을 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친이계 한 중진 의원은 “홍 대표가 물러나면 ‘안철수에 밀린 박근혜는 뭐냐’는 소리가 나올 게 뻔하다”고 했다. 다만 박 전 대표는 “원래 대세론이란 없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 인적쇄신 불가피…수위가 관건 = 현재 당내에선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이를 인식한 홍 대표는 당장 “앞으로 당 개혁과 수도권대책에 적극 노력하고 주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당에선 이른 시일 내에 쇄신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르면 내주께 1차 쇄신안 발표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가운데는 김정권 사무총장의 교체설도 나온다. 홍 대표의 측근이면서 당의 살림살이를 도맡는 중책이어서 이 정도면 인적쇄신론도 어느 정도 사그라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홍 대표의 한 측근은 “김 총장 교체 주장이 나온 건 사실”이라면서도 “인적개편만이 다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대적인 공천물갈이’론까지 제기되지만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때문에 당 구조개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강화 방안 등 외형적 변화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