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면에서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다. 다른 사람은 한가지도 힘들다고 하지만 이 회장은 등산과 골프(싱글)를 즐기며 바둑(1급) 고수이기도 하다.
야구와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도 무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특히 클래식 음악 전도사로 알려질 정도로 남다른 식견을 보유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과의 인연은 이 회장이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장 스스로가 음대 출신이 아닌 법대 출신이었기에 오히려 클래식 음악과 친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이 회장의 한 지인은 “원래 클래식 음악을 잘 몰랐지만 (서울시향 대표 이후) 출퇴근 때는 물론 시간만 나면 들을 정도로 많이 변했다”고 전했다. 특히 베토벤에 푹 빠져 지내기도 했다고 귀뜸했다.
그가 클래식 음악 전도사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다. 이 회장은 당시 클래식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수십 차례 무료연주회를 열었다. 서울시향이 찾아간 곳은 각 대학뿐 아니라 구청, 교회 등 각종 기관과 단체를 총망라한다.
지금은 마음과 달리 클랙식 음악회에 거의 참석하지 못한다는 게 지인들의 설명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CEO로써 책임지고 결정해야할 것들이 많아지면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할 때면 지인들이 초청을 하지만 번번히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될 때가 종종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주변 사람을 만날 때마다 “클래식 음악을 듣다보면 어느 순간 ‘이렇게 좋은 걸 왜 몰랐을까’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꼭 들어보라”는 말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무안 애정을 표시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아울러 이 회장은 야구에도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다. 이 회장의 야구 사랑에 대해선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 회장이 지난 2009년 5월 중순 우리금융의 기업설명회 등을 위해 미국 뉴욕 등을 방문했을 때다. 며칠간의 여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는 날, 이 회장이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뉴욕의 야구장이었다. 사석에서 그는 네댓 시간의 여유가 있자 주저 없이 야구장을 택했다는 것이 당시 수행했던 임원들의 얘기다.
당시 이 회장을 수행한 한 임원은 “이 회장은 비행기 탑승 시간이 빡빡해 6회까지밖에 못 본 것을 아쉬워했지만 뉴욕 양키스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홈런 장면은 놓치지 않았다고 자랑을 하곤 했다”고 전했다.
사학의 명문이자 야구 명가인 고려대 출신이기도 하지만 이 회장의 야구사랑은 자신의 첫 직장이자 현재의 직장인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한 애정과 맞닿아 있다.
이 회장이 자신의 이력만큼이나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야구 명가 한일은행(현재 우리은행)의 전통이다. 1960~1970년대 한일은행은 1세대 야구 영웅들과 국민 스포츠로 불렸던 고교 야구의 스타들이 성인이 돼 너나없이 밟고자 했고 빼어난 활약을 펼쳤던 팀이었다.
이 회장은 이들과 한일은행 야구팀에 대한 자랑을 할 때는 막힘이 없다. “스타플레이어만큼 야구를 빛나게 하는 것은 팀워크인데 그건 은행이나 야구팀이나 똑같다. 감독이 중요한 것도 어느 조직이나 비슷하다”며 야구의 매력을 경영으로 연결짓는 그만의 철학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이 밖에도 이 회장은 싱글 수준의 골프실력과 1급에 해당하는 바둑실력을 지녔다. 특히 이 회장은 바둑을 두며 경영의 지혜를 얻는다고 한다. 무언가를 시작하면 반드시 끝을 보고야마는 꼼꼼함과 성실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