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공무로 쌓은 임직원 항공마일리지 방치 ‘심각’

적립된 마일리지 활용않고 출장때마다 예산 또 타내

#한국수자원공사 임원 A씨. 올해 5월 스위스로 출장을 가기 위해 예산 600여만원을 배정받았다. 그는 지난 10여년 간 13회 출장으로 8만4000마일리지를 적립해 스위스 출장에 필요한 7만 마일리지를 충분히 가지고 있었지만 배정받은 예산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이처럼 공공기관 소속 임직원들이 적립된 항공마일리지를 활용해 출장이 가능함에도 예산으로 항공료를 받아 출장을 다녀온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재정 지원 등으로 설립·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예산을 낭비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28일 정희수 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국토해양부 산하기관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4곳은 2008년부터 2011년 7월까지 미국을 약 280번 왕복할 수 있는 수준인 1957만 마일리지를 적립했다. 하지만 마일리지 활용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국외 출장에 따른 불필요한 예산을 지속적으로 낭비했다.

문제는 항공마일리지 현황도 파악하지 못한 곳이 대다수라는 점이다. 정 의원은 “국토부 산하기관 총 31곳에 항공마일리지 적립현황 자료를 요청했으나 7곳에서만 답변을 보내 왔으며 이중 13%인 4곳만이 적립현황을 집계했다”며 “대부분은 현황 파악은커녕 그러한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해외 출장이 많아 항공마일리지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산하기관도 마찬가지였다. 김호연 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외교통상부 산하기관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국제협력단, 재외동포재단들에서 지난해 총 1069만 마일리지가 발생했으나 모두 개인적으로 적립되고 공무로는 활용되지 않았다.

공무로 쌓은 항공마일리지의 사적유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박재완 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나라당 의원시절인 2004년 처음 제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6년 3월부터 ‘공무원 마일리지제’ 규정을 만들어 ‘전자인사관리시스템’(e-사람)에 정부부처 공무원의 항공마일리지 적립 상황을 기재하고 공무로만 이용토록 했다. 행정안정부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까지 정부부처 41곳이 적립한 항공마일리지는 총 4억2491만이며 이중 5761만 마일리지를 사용해 활용률은 13.5%이다.

하지만 항공마일리지 관리 대상이 부처 공무원만 해당되고 산하기관은 제외됨에 따라 이들의 항공마일리지 현황과 활용률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을 총괄하는 재정부와 해당 산하기관의 부처 모두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김 의원은 “산하기관의 성격이 공공기관이고 기관이 집행하는 예산이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만큼 항공마일리지의 사적 이용을 제한하고 공무로만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산하기관의 항공마일리지도 철저히 관리·감독될 수 있도록 e-사람과 같은 시스템을 통한 관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