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심하게 흔들렸던 한국 금융시장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는 2000선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00원선에 근접했다. 한국의 신용상태를 나타내는 CDS프리미엄과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도 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30일 한국거래소와 한국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8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7.44포인트(0.39%) 오른 1929.48에 마감했다. 이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 하루 전날인 8월 5일의 1943.75(종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 주식시장을 흔들었던 유럽계 자금의 이탈도 사실상 멈췄다. 이달 들어 27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 유럽계 자금은 3892억원이다. 이중 주식이 1759억원, 채권이 2133억원이었다.
8월과 9월 각각 이탈한 유럽 자금 5조7905억원, 1조3165억원과 비교하면 매우 작은 규모다.
금융 당국을 긴장시켰던 외환시장 불안도 가라앉았다.
지난 28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0.30원 내린 1104.90원에 마감됐다. 이는 위기 이전인 1~7월의 평균 종가인 1095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위기 이전에 환율은 1100원 아래에 머물다 9월 중순부터 큰 폭으로 올라 같은달 26일에는 1195.80원까지 급등했다.
외화자금 사정을 나타내는 스와프포인트도 다시 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스와프포인트는 국내은행에 일정 기간 달러를 맡기고 원화를 빌리는 비용이다.
3개월물 스와프 포인트는 8월 5일 6.75원에서 같은 달 12일 4.6원까지 폭락했다가 이달 28일 6.85원까지 올라왔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은 것은 유럽 재정위기 완화 덕분”이라며 “그동안 유럽 위기가 한국 금융시장에 결정적인 부담을 줬다”고 말했다
국가 신용도를 나타내는 한국 CDS프리미엄은 27일과 28일 각각 127bp(1bp=0.01%)로 26일의 151bp에 비해 24bp나 떨어졌다. 8월4일 112bp와 비슷한 수치다. 한국 CDS프리미엄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가파르게 올라 한때 229bp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의 금융시장이 안정됐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유럽의 재정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이 아니고 문제가 유예됐다고 봐야 한다”며 “그러나 다시 외부에서 한국으로 충격이 오더라도 9월과 10월과 같은 쇼크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