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SK그룹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한 데 대해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임기 말 레임덕(권력누수현상) 해소를 위해 ‘대기업 때리기’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정당국의 재계 옥죄기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라는 정부출범 초기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8일 “정권 말기마다 재연되는 ‘재계 사정’이 이 정부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면서 “사정당국이 한번 칼을 뽑은 이상 SK그룹에 이어 다른 그룹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재계에서는 불똥이 어디로 튈지를 놓고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같은 징후는 일찍 감지됐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취임 이후 지난 9월 전국 특수부장 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SK그룹 비자금 사건을 포함한 사정관련 수사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신임 검찰총장 취임 이후 인사흐름이 기업수사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처럼 현 정부가 과거 악습인 정권말기 ‘대기업 때리기’를 강화하는 것은 국정기조인 ‘공정사회’와도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유기업원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발견되면 정권에 비판적인 여론을 돌릴 수 있다”며 “아울러 ‘공정사회 실현’이라는 국정기조와 맞아 정부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는 이같은 정부의 태도에 반감을 나타냈다. 이명박 정부가 정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동반성장, 공정사회’라는 화두를 제시하면서 그동안 대기업은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중소기업들을 착취하기만 한 집단으로 몰아세웠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현 정부는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사정당국을 총동원해 태광그룹, 한화그룹, 오리온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일부 수사과정에서 별다른 불법행위를 찾지 못하고 수사를 지휘하던 지검장이 사퇴하는 일도 발생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사정당국이 혐의나 정황 만을 가지고 ‘일단 뒤지고 보자’는 식의 마구잡이 수사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며 “전세계 경제가 어려움에 봉착한 가운데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기업경영의 발목을 잡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기업의 관계자도 “정부가 법이라는 강제도구를 이용해 기업경영에 간섭하는 것이 도를 넘고 있다”며 “정부는 과거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기업에만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다면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는 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