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내년에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간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소프트웨어 부문은 물론이고, 기존 강점인 하드웨어 부문에도 투자를 대폭 늘린다. 이전 아이폰 쇼크와 같이 급변하는 환경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다. 이건희 회장 경영 복귀 이후, 과감한 투자와 개혁을 바탕으로 어떤 위기에도 끄덕 없고, 후발주자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위치에 서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10일 삼성 및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올해 보다 투자규모를 대폭 늘리는 계획을 검토중이다. 주로 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인력 보강과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제는 소프트웨어= 올 들어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강화를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 애플 아이폰 쇼크의 충격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다. 특히 글로벌 IT업계가 구글, 애플 등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최근 ‘소프트웨어 직군’을 따로 신설하고 채용방식을 변경하는 등 공격적인 소프트웨어 인력 확보에 나섰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분야에 탁월한 재능을 갖춘 신입사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퓨처 크리에이터 첼린지(Future Creator Challenge) 전형’을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또 조범구 전 시스코코리아 사장을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산하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그룹을 전무로 영입하고 실리콘밸리의 유명 개발자인 커티스 사사키를 상무급으로 합류시키는 등 인재 영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등 하드웨어도 강화=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5조원 이상을 내년 반도체 설비에 투자한다는 내용의 계획을 검토중이다. 이는 올해 반도체 투자 목표인 10조원보다 50%가량 많다. 특히 올해 4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비메모리 시스템LSI 부문의 내년 설비투자는 올해의 두 배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 분야에 이어 미개척지인 비메모리에서도 선두를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분위기는 좋다.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모바일AP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62.6%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확고한 1위를 굳히고 있다.
◇신병기는 차세대 OLED TV= 삼성전자는 TV 부문의 차세대 선봉장으로 OLED TV를 내세우고 있다. 세계 TV 시장 1위의 노하우와 AMOLED 세계 시장 점유율 99%에 달하는 지배력을 결합시켜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겠다는 것. 최근 TV 시장은 성장성이 둔화하고 있고, LCD 시장은 끝을 모르는 불황에 빠져있다. 삼성전자는 야심작 OLED TV를 통해 새로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의 OLED TV 첫 작품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소비자가전쇼(CES)에서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미국 전미가전협회(CEA)로 부터 ‘북미 가전쇼(CES) 2012 혁신상’의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삼성전자의 TV에 대한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은 점도 이 제품이 CES에서 깜짝 공개될 OLED TV라는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에 TV용 AMOLED 패널을 공급키로 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내년에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 5조원 이상을 OLED 분야에 투자해 후발주자의 추격을 따돌리는 '초격차'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