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지옥’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위험성이 큰 금융파생상품 국내 시장 거래규모가 올해 3경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국내 현물시장 규모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17위인 반면 현물의 움직임을 기초로 거래하는 파생시장은 세계 1위다. 소위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시장은 헤지 기능을 넘어서 과도하게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주식 등의 자산 급변에 따른 투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파생상품 시장이 국내에서는 개미들의 투기판으로 변질된 셈이다.
15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파생상품 시장 거래대금 예상치는 3경350조원 규모. 이는 코스피200 옵션과 선물, 미국 달러선물, 국채선물,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장내 파생상품과 함께 주식, 이자율, 통화, 신용 등과 연계된 장외 파생상품을 모두 포함한 거래대금이다.
국내 시장 규모는 주요국과 비교하면 양적인 우월성이 확연하다.
계약건수 기준으로 지난해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 거래량은 37억5200만 계약으로 전 세계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독일 파생상품 거래량 18억9700만계약의 2배에 육박한다.
코스피200 옵션시장은 세계 주가지수 옵션시장에서 차지하는 거래량 비중이 69.0%로 2위인 인도증권거래소(10.4%)의 7배에 달한다.
국내 시장의 단기 급성장 배경에는 파생금융상품의 원기능인 헤징차원을 넘어 일확천금을 노린 투기장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파생금융상품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진입한 개인투자자들 비중이 월등하다.
현물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요하는 파생금융상품 거래의 경우 기관과 외국인의 거래 비중이 높은 것이 일반적. 하지만 지난해 장내 파생상품시장에서 개인의 거래비중은 32.3%로 외국인(31.5%)보다 높았고 기관(32.3%)과 비슷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양적인 집착을 벗어나 질적인 성장을 도모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증권사 관계자는 “단기적인 성과만을 노린 규제는 곤란하다”고 전제하고 “질적인 도약을 위해 정부와 거래소, 업계가 함께 고민하고 나서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호상 한화증권 파생금융상품 애널리스트는 관련 상품의 다양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이 연구원은 “국내 파생금융상품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코스피200지수선물옵션에 거래가 집중돼 있다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여타 상품의 개발과 활성화를 통해 거래대금, 매매목적 등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