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자본주의’ 천재인가 야수인가

입력 2011-11-15 11:14 수정 2011-11-1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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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역사의 원동력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루시퍼 원리 (The Lucifer Principle)'로 잘 알려진 심리학자 하워드 블룸 교수가 쓴 ‘천재 자본주의 VS 야수 자본주의’를 보며 글로벌경제 위기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되짚어 보게 된다.

자본주의의 진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이 책은 생물학, 역사학, 경제학, 사회학을 넘나들며 새로운 관점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화두로 던지고 있다.

이 책은 지난 400여년의 역사를 분석해 보면 경기침체는 4.75년에 한번 꼴로 오고 경제대공황은 67년마다 한번씩 온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간의 평균수명을 따져볼 때 누구나 생애 한 번 정도는 경제대공황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황의 원인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경영자들의 탐욕, 잘못된 정책, 기술의 변화 등을 지적하고 더 나아가 자본주의의 잔인한 본성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블룸는 정반대 논리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그는 지구 역사상 그 어떤 문명도 자본주의 처럼 빈곤층과 억압받는 계층의 지위를 격상시켜준 적이 없었다고 주장한다.더 흥미로운 것은 사치스러운 것을 찾는 인간의 탐욕이 죄악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사실은 세상을 발전시키는 전략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지극히 현실주의자였던 네안데르탈인들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대신 몸 치장에 탐닉했던 호모사피엔스는 살아 남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한다.

먹고사는 데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보이는 몸치장에 탐닉하던 호모사피엔스는 패션에 필요한 도구, 즉 실과 바늘 등을 발명해 냈다.

그 결과 인공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고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블룸은 또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이 악독한 경영자들의 탐욕이나 잘못된 정책, 혹은 자본주의의 잔인한 본성이 아니라 인류 유전자 속에 숨어 있는 `진화 엔진`이라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유럽국가들이 좀처럼 재정위기 해법을 못 찾고 있다. 재정적자 규모가 워낙 크고 유럽국가간 국채 매입으로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향후 유럽국가의 재정위기 여파가 세계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예측 불허의 상황이다.

국내 경제 상황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비상등이 켜져 실물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되고 있다. 고용에 대한 전망도 여전히 어둡다.

‘고용 대박’발언으로 박재완 장관이 곤혹을 치루기도 했던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열심히 일해야 할 20~30대 취업자수는 감소하고 50~60대 부모세대의 취업자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의 질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공식 실업률을 3%대라고 밝혔지만 국회입법조사처가 분석한 체감실업률은 7.8%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부채 문제다. 민간기업, 공기업, 일반정부, 가계의 부채가 3300조원으로 1년전 보다 5.7% 늘었다. 무려 GDP의 2.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가계부채는 ‘위험 단계’에 도달했고 자영업자들은 100원 벌어 빚갚는데 21원 쓴다고 한다. 서민들의 삶이 척박해 질 수 밖에 없다. 고용 악화→가계소득 감소→소비 위축→성장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과연 어디서 부터 잘못돼 모두가 고통받아야 하는‘경제 악순환’의 상황을 초래했을까. 블룸의 분석한 자본주의 양면성중 나는‘야수 ’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유럽발 재정위기, 우리나라의 카드채 사태 등 시장의 시스템을 뒤흔든 금융위기의 이면에는 고수익을 쫓는 ‘자본의 탐욕’이 공통적으로 있었다. 탐욕의 자본은 천재 자본주의의 장점을 어필하며 시장의 룰(rule) 허물거나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바꾸기까지 한다.

언제 안정을 찾을지 예측할 수 없는 글로벌경제의 안정책에 자본의 탐욕을 억제 시킬 수 있는 시장의 룰(rule)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자본이 탐욕을 자제하고 시장의 규칙을 지킬때 1:99의 계층간 갈등의 외침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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