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내린 결정 탓하면 안 돼
국회서 정치이슈화 하는 건 모순
현행법 정교화 작업은 남은 과제
론스타와 외환은행 문제가 8년만에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법원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 판결에 이은 금융위원회의 강제매각 명령으로 론스타가 한국에서‘불명예 퇴진’을 하게 된 것이다.
‘대책반장’으로 불리우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법과 규정에 정해진 대로 결정했다”며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잃은 론스타에 초과 지분 41.02%를 6개월 내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초법적인 ‘정서법’에 따라 ‘징벌적 강제매각’ 조치를 하든지 아니면 미루라는 정치권의 요구에도 속전속결로 마무리한 것이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 금융노조 등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징벌적’매각명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징벌적 매각명령을 통해 론스타에게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부 정치권에선 교체까지 운운하며 김 위원장을 압박하고 있다.
우제창·신건·이성남 민주당 의원은 “금융위가 여야 정무위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론스타에 단순 매각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당 차원에서 즉각 국정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도 김 위원장에 대한 교체를 청와대에 요구했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대로 행한 공무원을 탓하는 이상한 모양새다. 이는‘나쁜 놈’이기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막는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는 법보다 감정이 앞선 얘기다. 현행법에 ‘강제매각’만 명시돼 있을 뿐 매각방식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국내외 투자자에 대한 동등대우 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외국인 투자자라고 해서 특별한 이익을 부여하거나 불이익을 줄 의도는 없다”고 밝힌 것도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제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마무리할 시점이다. 하나금융이 마지막 남은 난제인 가격협상을 어떻게 할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재협상을 통해 가격을 낮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증권 김재우 연구원은 “론스타는 6개월 이내에 보유 중인 외환은행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며 “이로 인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대신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매각 차익에 대한 국민 여론이 부정적인 점 등을 미뤄봤을 때 론스타의 매각 가격 인하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론스타 사태를 계기로 향후 현행법을 정교화하는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해외자본 규제에 대한 헛점이 들어난 만큼 국내금융 관련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생산적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회사는 해외에서 수익을 많이 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해외 자본이 우리나라에서 돈을 벌어가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히려 제2의 ‘론스타’를 막기 위해선 해외 자본에 대한 감정적 대응보다는 더욱 명확한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