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증권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1월까지 국내 39개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첨부해 시장에 내놓은 기업보고서중 ‘투자비중 축소(Underweight)는 5건으로 전체의 0.025%, 매도(Sell)은 11개월간 단 1건에 불과해 전체의 0.0049%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매도를 의미하는 ‘중립’의견을 포함한다고 해도 ‘매도’의견은 1215건, 5.9899%였다.
증권사 보고서가 기업들의 나팔수, ‘매수’ 앵무새란 지적이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과 시장 이야기 등을 고려해 기업에 대한 정확한 의견을 담으려 해도 ‘매도’의견을 내면 해당기업과 투자자들에게 항의를 받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그래서 ‘중립’ 의견을 내고 부정적 뉘앙스를 내용 안에 담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A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이 자동차 섹터 담당이었던 시절, 현대차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썼다가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출입정지를 당한 것은 유명한 일화. 당시 자동차 대표 애널리스트였던 그는 그 일을 계기로 담당섹터를 변경했다는 후문도 있다.
그는 “현대차는 국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는 영업이익률이 거의 없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부정적 의견과 함께 매도의견을 제시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가 3번 연속 ‘매도’리포트를 낸 뒤에 리서치센터장이 현대차그룹에 불려갔고, 5번째 부정적 의견을 내자 출입정지를 당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자동차 연구소와 업계 등 풍부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출입정지를 당해도 게의치 않았다”며 “하지만 만일 그렇지 않은 애널리스트들은 매도의견을 썼다가 탐방거절이나 출입정지를 당하게 되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이러한 행태는 몇 년이 흐른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B증권사 애널리스트는 LGU+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과 함께 ‘중립’의견이 담긴 리포트를 낸 것이 화근이 돼 연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부르는 자리에 혼자만 초대받지 못했다.
두산그룹은 몇 년전 목표가를 높게 제시한 순서대로 회장과 가까운 자리로 배치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포스코는 ‘중립’의견을 낸 애널리스트의 탐방을 받지 않는 것으로 유명해 해당 애널리스트들은 부정적 의견을 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기업 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법인영업부와의 이해 상충문제도 애널리스트의 발목을 잡고 있다.
C증권사 리서치센터장출신 D씨는 “기업에 대해 ‘매도’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증권사 대표에게 회사 입장이 있다는 언급을 들었다”며 “이에 보고서 내용을 전면 수정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입장에서 보면 기업은 일종의 ‘갑’이기 때문에 심기를 거스르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는 주관적 의견이 담긴 보고서”라며 “애널리스트가 주가를 맞추는 사람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투자자들이나 펀드매니저로 하여금 정확한 투자판단을 하게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