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차 김용환·박병원, 성과 보여줘야= 수출입은행 김용환 행장과 전국은행연합회 박병원 회장은 올해 나란히 취임 2년차를 맞는다. CEO에게 1년차가 현안을 파악하고 경영의 기반을 다지는 시기라면 2년차 때는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다.
더욱이 올해는 경기가 하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운 환경을 극복하고 성과를 내면 주목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위기도 맞을 수 있다. 이들에게 올해는 ‘양날의 칼’ 인 셈이다.
불경기 일수록 김 행장의 어깨는 더 무거울 수 밖에 없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장 조선업황 부진과 환헤지상품인 키코 피해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성동조선해양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의 채권 47.4%를 가지고 있는 주채권 은행이다.
채권단은 성동조선해양에 올 6월까지 73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성동조선해양이 정상화하는 데는 모두 1조2500억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채권단 중 국민은행이 이미 발을 뺐다. 여기에 조선업 경기가 악화일로를 걸을 경우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 행장에게는 채권단의 의견을 조율해 끝까지 지원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2012년의 주요 과제이다.
박병원 회장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난해 11월에 회장 자리에 올라 이제 3개월이 지났다. 더욱이 은행권의 박 회장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지난달 박 회장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을 찾아 김문호 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올해 신입행원 임금 정상화, 노동 강도 축소, 농협 신·경분리 반대 등 현안이 많은데 당시 대화만 두고 보면 박 회장이 대화가 가능한 사람은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반면 은행권에서는 박 회장이 정부와 여론에 신경을 더 기울이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취임사부터가 “은행이 단기적 이익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엄포를 놓은 탓이다. 금융노조와의 면담에서도 은행의 공공성 회복과 사회적 역할 강화를 강조했다. 게다가 금융노조는 상급 노조인 한국노총은 민주통합당과 손을 잡으며 세를 늘렸다. 박 회장에게 2012년은 노조의 거센 요구와 은행권의 우려를 모두 조율해야 하는 해이다.
◇내실 경영으로 전환하는 송기진·이주형= 수협은행 이주형 행장은 올해 반환점을 맞는다. 그는 지난 2009년 4월에 취임했다. 올해가 4년 임기 중 딱 중간 지점이다. 임기의 중간 지점일 뿐 아니라 2012년은 수협은행이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그만큼 공격적인 경영보다는 안정 속 성장을 추구하는 조심스런 행보를 할 계획이다.
이 행장은 2012년을 ‘건전성 강화 속에서 수익성’을 추구하는 내실경영을 통해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그는 “자산건전성 제고에 역량 집중, 적정 마진이 확보된 수신 증대와 우량 여신 위주의 건실한 자산성장, 직원 업무역량 강화, 어업인 지원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은행상 정립 등을 올해 경영방침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광주은행 송기진 행장 역시 2012년 경영의 방점을 ‘내실’에 찍었다. 올 10월까지의 성과는 좋았다.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270억원 많은 122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추세로만 보자면 내년에도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만도 하다. 그러나 송 행장은 이보다는 “적정 수준의 성장”으로 방침을 세웠다. 경기 침체로 지방 경기가 크게 살아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변화의 시기 맞는 김종열·김정태= 하나금융그룹 김종열 사장과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에게 올해는 변화의 해가 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승인이 날 경우 그룹과 은행 경영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초 1년 단위로 임기를 연장 모두 3월에 임기를 마친다. 그러나 그룹 안팎에서는 외환은행 인수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경영진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나금융이 경영진 쇄신을 단행할 경우 외환은행 임직원의 동요가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역시 “외환은행의 구조조정은 없다”며 “큰 변화 없이 함께 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임을 가정한다면 김 사장에게 올해는 외환은행과 그룹의 시너지 효과를 골몰해야 하는 시기다. 하나그룹과의 화학적 결합도 과제다. 김 행장에게는 하나은행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외환은행과 중복되는 업무 분야를 매트릭스 체제 안에서 조화시키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