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강남부자 대해부 ①] 교육·사회·문화 트렌드 이끄는 ’상위 1%’

입력 2012-01-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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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강남 사는 땅부자는 옛말…’노블레스 오블리주’실천 새 부자상 만들어

▲임영무 기자 darkroom519@
‘99%대 1%’의 시대에 부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요즘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부자를 꿈꾼다. 극심한 취업난과 살벌한 직장생활, 40대 중반만 넘어도 정리해고를 걱정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부자’란 모두가 되고 싶어하는 꿈이다.

특히 ‘부(富)=강남부자’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사회적으로 ‘강남부자 따라잡기’가 열풍이다. 각종 재테크 정보 사이트나 서점에선 강남부자만의 투자법을 알려주고 이를 배우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정작 롤모델인 ‘강남부자’에 대한 기준은 모호해 쉽게 정의를 내릴 수 없다.

사회적으로 통용되면서도 왜 강남부자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일까.

전문가들은 “과거 대대로 부가 형성돼 내려온 성북동, 평창동, 한남동 등의 대표적인 부촌과 달리 우리나라 개발 열풍과 함께 등장한 땅부자들을 지칭하는 의미가 강했다”면서 “하지만 최근엔 ‘강남’이라는 지역적 의미를 벗어나 상위 1%, 즉 ‘고액자산가’이자 젊은 부자를 뜻하는 방향으로 의미가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돈많은 사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같은 사회적 책임도 함께 요구되면서 다시 한번 의미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부자, 신흥부자서 상위 1%로”= 부자의 역사는 땅에서 시작됐다. 고대의 제왕, 중세의 영주, 근대의 거부들이 땅으로 재산을 일구고 늘렸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한국 부자(富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이 자산을 형성하는데 가장 기여도가 높았던 항목으로 부동산투자(45.8%)를 꼽았다.

강남부자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강남에 사는 땅부자’라는 의미의 ‘강부자’라는 단어가 유행한 것이 그 예다. 특히 서울의 변두리였던 강남이 개발되면서 보상받은 땅값으로 부자가 탄생하면서 ‘강남부자=신흥부자’라는 의미가 널리 쓰였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동산개발이 주춤해지면서 ‘강남’이라는 지역적 의미는 퇴색하고 상위 1%의 고액자산가를 뜻하는 방향으로 변했다. 이는 사회적 문화와 트렌드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김영규 수석센터장은 “사회적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고액자산가(VVIP)를 강남부자로 꼽을 수 있다”면서 “이들 역시 강남지역에 주로 거주를 하지만 그 의미는 과거와 다르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몇년전까지만 해도 부촌의 대명사였던 50~60층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강남의 고급 빌라촌으로 주거 트렌드를 바꾸는 것도 강남부자로 대표되는 고액자산가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재벌닷컴이 20005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30대 재벌그룹(자산 순위) 총수 일가 391명을 대상으로 주소 현황을 조사한 결과, 71명의 주소가 바뀌었는데 이 중 44%(31명)가 서울 강남권으로 이주했다. 이들이 새 둥지를 튼 곳은 강남구 청담동과 도곡동으로, 이 지역은 지난 5년 사이에 재벌가 사람들의 거주가 두 배로 늘어났다.

강남부자가 강남에 사는 부자라는 뜻은 과거와 같지만 그 속 내용에선 구별되는 부분이다. 하나은행의 강남지역 PB센터 부장은 “문화시설이 모여 있어 트렌드를 선호하고 교육시설이 몰려 있는 강남으로 고액자산가들이 모여들고 있다”면서 “과거와 다른 의미로 강남부자라는 말이 쓰인다”고 말했다.

◇“강남부자,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닌 쓰는 방법 고민”= 여기에 최근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강남부자’의 의미가 또다시 변화하고 있다. 돈이 많은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쓰느냐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고액자산가들은 자수성가 한 사람들이 많고 비교적 재산형성의 역사도 깨끗하다”면서 “이들은 (돈을) 어디다 쓰느냐가 중요해졌고, 따라서 가치를 만들어 돈을 쓴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도곡동에 사는 김모씨(53·여)는 매달 넷째주 토요일마다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한 고아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 김씨는 “몇몇 주변 지인들과 뜻깊은 행사를 해보자는 공감대가 모아져 2010년부터 시작했다”면서 “어린이들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전했다.

압구정동에 사는 양모씨(56·여)도 화요일마다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실력을 갖고 재능기부에 나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99%대 1%’의 시대에서 강남부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지만 스스로 가치에 방점을 두는 활동을 통해 새로운 21세기 강남부자상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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