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기술 삼성’의 위용을 높인 R&D 인력을 대거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또한 삼성 브랜드 위상 강화에 공헌한 영업마케팅 인력도 역대 최대규모로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차그룹도 품질경영을 위한 R&D 능력강화와 세계 경기침체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영업역량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LG그룹도 전자계열 신임 대표이사로 기술과 생산분야 전문가들을 중용,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전문인력을 통해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불확실할 수록 각 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전략을 수립할 수 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전문 인력들에게 보상을 해줌으로써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영업·마케팅 전성시대= R&D가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성장동력이라면 영업과 마케팅은 경영활동의 최전방에 위치한 직군에 속한다. 영업·마케팅 인력의 능력은 곧바로 회사실적과 연계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주요 기업 가운데 사상 최대실적을 단행된 기업들은 임원인사에서 이들의 공로를 인정하는 인사패턴을 보여줬다.
이번 인사는 품질경영을 위한 연구개발능력 강화와 글로벌 경기 침체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영업 역량 확보에 중점이 맞춰졌다.
삼성그룹의 경우 신임임원 중 영업·마케팅 인력은 92명(28%)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 R&D 및 기술부문 승진자 비율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삼성과 함께 사상최대규모의 임원인사를 단행한 현대차그룹도 영업부문의 승진자 비율이 25%를 차지하는 등 지난해 사상 최대 판매실적 달성에 대한 보상이 돌아갔다는 평가다.
지난해 여성임원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삼성그룹 인사를 살펴보면 여성임원들의 특징이 마케팅·광고·영업 등 대외업무를 담당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심수옥 부사장과 김기선 상무, 삼성증권 박경희 상무, 제일기획 오혜원 상무, 이노션 김혜경 전무, 현대카드 이미영 이사 등은 광고와 마케팅 등의 업무를 담당하면서 기업과 제품의 가치제고에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LG전자에서 유일하게 부사장으로 승진한 최상규 한국마케팅본부장도 마케팅을 통한 LG전자 브랜드 가치를 높인 공로가 인정됐다.
최상규 본부장은 2010년 인사에서 한국마케팅본부장을 맡은 이후 ‘3D로 한판 붙자’ 등 도전정신을 강조한 마케팅을 통해 강한 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를 통해 매출은 물론, 손익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전무 승진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우먼파워 강세, 유리천장 깨지나= 지난해 임원인사에서 관심을 끌었던 부분 중 하나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여성임원 승진제한)의 파괴여부였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비교적 여성임원이 많은 삼성그룹의 경우 총 9명의 임원승진인사가 이뤄졌으며, 최초의 여성 부사장(총수 일가 제외)이 탄생하기도 했다.
그 주인공은 삼성전자 심수옥 부사장. 심수옥 부사장은 P&G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로 선진 마케팅 프로세스 및 시스템 도입을 적극 추진, 브랜드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한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도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김기선 부장, 송효정 부장, 삼성SDS 홍혜진 부장, 삼성증권 박경희 부장 등 9명의 상무승진 인사도 단행했다.
현대차그룹도 광고계열사인 김혜경 상무가 전무로 승진, 현대차그룹 최초의 여성 전무로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현대카드 이미영 브랜드실장도 이사로 승진하면서 여성임원대열에 올랐다.
여성인력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대기업 최초의 여성 사장(총수 일가 제외)이 언제 탄생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재계 관계자는 “대표이사의 경우 해당기업의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며 “마케팅이나 영업, 홍보직군에 여성임원이 집중된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깜짝 발탁 인사…긴장감 조성과 세대교체 병행= 매년 인사에서는 깜짝인사가 단행된다. 뛰어난 성과를 바탕으로 젊은 나이에도 파격적으로 승진, 임직원들에게 긴장감 조성과 목표의식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세대교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기 위함이다.
삼성은 미래를 이끌어 갈 참신한 인물을 발탁 승진했다. 지난해 승진자 501명 중 부사장 30명, 전무 14명, 상무 33명 등 77명에 대한 발탁인사를 실시했으며, 이 중에는 고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부장 승진 2년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한 김주년 상무가 눈에 띈다.
김주년 상무는 무선단말기 개발의 입지전적인 인물로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리더로 위상을 확고히 하는데 기여했다.
현대차그룹은 신규임원의 20%인 38명을 연차를 떠나 성과를 바탕으로 한 발탁인사를 단행했으며, 코오롱 그룹도 지난해 젊은 CEO로 경영진을 구성하는 세대교체를 단행, 조직문화 개선에 나섰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