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소유하고도 전·월세로 사는 세입자가 크게 증가했다. 이들이 전세금 상승의 원인을 제공하면서 주택시장에 새로운 소비집단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자가보유 전·월세 거주가구’(집 소유 세입자)를 조사한 결과, 2010년 11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6.6%, 전체 세입자의 15.2%를 차지한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2005년에 66만7000가구가 ‘집 소유 세입자’였던 점을 감안하면 5년 새 70.9% 상승한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주택구매능력은 있으나 주거비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전세시장을 선호하면서 ‘집 소유 세입자’가 증가했다. 이들은 지불능력을 갖췄고 전세상승분을 자기가 보유한 주택에 전가할 수 있어서 전세금 상승과 지역 확산의 연결고리로 작용했다.
주거입지와 교육여건, 도심접근성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집 소유 세입자’의 비율이 증가했다. 서울에서 증가세를 보인 곳은 서초구, 강남구, 양천구, 송파구, 용산구, 노원구 등이다. 경기도는 용인시 수지구, 과천시, 분당구, 일산서구, 안양시 등이다.
연구결과, ‘집 소유 세입자’는 이사할 때 교통과 교육여건을 따졌다. 반면 직접 살기 위해 집을 구매하는 가구(집 소유 거주자)는 주택의 규모와 유형 등을 고려했다. ‘집 소유 세입자’는 주거안정 측면보다 주거의 기능과 사용가치를 중시했다.
더욱이 ‘집 소유 세입자’ 가운데 45.0%는 2년 내 이사계획을 갖고 있다. 반면 ‘집 소유 거주자’는 이 비율이 11.7%에 그쳤다. 이는 ‘집 소유 세입자’가 주거 상향 이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집 소유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은 평균 1억2553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19.1%는 2억원 이상의 보증금을 내고 있어 고가 전세시장의 중요 고객 중 하나다.
하지만 일반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은 평균 6933만원이다. 2억원 이상의 보증금을 내는 세입자는 3.7%에 불과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앞으로 인구 변화와 함께 소유보다 주거서비스 선호현상이 중요한 경향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집 소유 세입자’는 높은 구매력을 가지고 있고 품질과 주거환경이 우수한 주택을 소유하려는 점에서 잠재 주거서비스 소비집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