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저축성보험이 보험사의 ‘금리차따먹기’ 시장으로 변질돼 비난을 받고있다. 보험사가 이토록 저축성보험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으로 인한 수익을 은행처럼 꾸준히 낼 수 있는 데다가, 상품 설계도 보장성 보험보다 훨씬 단순하고 판매 수수료도 많이 남기 때문이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저축성보험 시장 규모는 2010 회계연도(지난해 3월 말) 현재 42조4000억원으로 2년 전보다 10조원(30.8%) 증가했다. 이 기간 손해보험사의 저축성보험 판매가 4조3천억원에서 8조8000억원으로 100%가량 급증했고, 생명보험사도 28조1000억원에서 33조6000억원으로 판매량을 19.6% 늘렸다.
저축성 보험은 은행 정기적금(고정금리)과는 달리 매월 금리(공시이율)가 새로 정해지는 상품으로 만기 시 복리를 적용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지만 위험보장 기능은 아주 작은 수준이다.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들자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려는 금리 경쟁에 불이 붙었다.
특히 시장점유율 1위 삼성생명이 저축성보험 시장 과열경쟁을 촉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은 점유율이 과거 40% 대에서 25%수준으로 감소하자 연 4.9%이던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을 5.1%로 끌어올렸다. 아니나다를까 다른 보험사들도 앞다퉈 금리를 올렸다. 삼성생명과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생명과 교보생명이 각각 5.1%와 5.0%에서 5.2%와 5.1%로, 우리아비바생명(5.0%→5.2%), ING생명(5.1%→5.3%), 동양생명(5.1%→5.2%), 흥국생명(5.1%→5.2%) 등 중소형사도 금리경쟁에 가세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대한, 교보 등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를 주도했던 대형사들이 이제는 담합을 핑계로 금리경쟁에 나서니 중소형사로선 죽을 맛”이라며 “삼성이 마음먹고 금리를 올리면 다른 보험사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따라 올리거나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금리경쟁이 소비자들에게 득이 되는 것 만은 아니다.
보험연구원 측은 “보험사의 건전성에 구멍이 뚫리면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저축성보험에서 금리 경쟁으로 줄어든 이익은 다른 부분에서 메워야 해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금감원은 저축성보험 시장이 이상과열 조짐을 보이자 특별검사와 함께 현장점검에 나섰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보험사의 재정 악화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를 올리고 수수료 지출을 늘리는 출혈경쟁이 보험사의 건전성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저축성보험 보험료를 손익계산에 반영되지 않는 예수금으로 분류해 보험사들의 영업 유인을 억제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