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6개월 만에 2000선을 돌파하면서 요즘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멋쩍은 웃음을 짓고 있다. 올해 상저하고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연초부터 지수가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상승장을 예상했는데 지수가 바닥을 기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증시전망이 주요 임무인 리서치센터는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가 됐다.
지난해 말 국내 24개 주요 증권사의 75%인 18개 증권사가 올 증시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반대로 상고하저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는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해 단 3곳에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시를 괴롭혔던 유럽위기가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데다 2~4월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만기가 도래하면서 증시가 출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정반대였다. 1월 초반에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증권사의 상저하고 전망이 맞아드는가 싶더니 외국인의 대량 매수세가 유입되며 결국 2000선까지 재탈환했다. 외국인은 8일까지 국내증시에서 8조4000억원이 넘게 순매수했다.
이처럼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헛다리를 짚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유럽중앙은행의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증권사들의 올해 증시 전망이 유럽 재정위기가 고조되고 있던 지난해 11월말에서 12월초에 나왔다”며 “당시에는 LTRO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시기여서 올 상반기에 이러한 상승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장세는 LTRO 등에 의한 유동성 장세로 볼 수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LTRO가 시행됐지만 영국계 자금을 제외한 순수 유로존 자금의 국내증시 유입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초부터 8일까지 유럽계 자금은 총 4조3000억원 정도 국내증시에 유입됐지만 이 중 3조원 가량은 영국국적 자금이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증시의 상승세를 이끈 것은 결국 영미계 자금인데 유로존 자금인 것처럼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최근 장세를 유동성 장세로 몰아붙이는 것은 시장 전망이 틀린 것에 대한 변명으로 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적완화와 같은 통화정책보다 오바마 정부의 일자리 늘리기 등 재정적 부양책이 증시에 바로 효과가 나타난다. 통화정책은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했을 때는 영향력이 크게 감소한다”며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의 효가가 떨어지는 하반기에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