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생전 가족 공동 부동산 소유권 문서를 작성하면서 자녀 중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을 배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고 이병철 회장과 가족들의 이름으로 소유권이 명시된 용인시 일대 20필지(4만6000㎡) 부동산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부동산 소유권 문서는 이병철 회장이 작고하기 3년 전인 1984년 작성됐으며 고인 등 일가족 29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소유형태는 합유(合有) 구조로 돼 있다. 합유는 민법상 다수가 조합체로 물권을 소유하는 형태다. 반드시 계약이나 법률규정에 의해 성립하며 조합체를 필요로 한다. 이 회장이 가족 상호 간 계약을 체결하고 조합체를 만든 것이다.
특이한 점은 합유 문서에 이병철 회장의 직계비속(아들·딸) 3남 5녀 중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이름만 빠져있다. 부동산 소유자 명단에는 고 이병철 회장이 첫 합유자로 돼 있으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고인의 직계비속 7명이 포함돼 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고인의 손자들과 고인의 조카 이름이 올라 있다.
고인이 직접 가족 공동 소유의 재산을 명기하면서 장남인 이맹희 전 회장을 제외한 것이다. 특히 고인은 가족 구성원과 특별 약정을 통해 합유 재산을 절대 다른 목적으로 쓸 수 없도록 했다. 약정에는 ‘현재의 합유자의 후손에게만 대대적으로 상속되는 것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최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고 이병철 회장의 명의신탁 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을 상속분에 맞게 넘겨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민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합유 약정이 고인의 상속 의중과 개연성이 있어 보이지만 최근 불거진 상속권 분쟁 대상(주식)이 합유로 돼 있는 부동산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분쟁에 직접적인 영향력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