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승부수는 통할까.
버냉키 의장은 지난 2002년 연준 이사로 재직할 당시 “미국 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보이면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돈을 살포해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발언해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별명에 걸맞게 그는 현재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다양하게 제시했다.
두 차례의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지난해 1961년 존 F. 케네디 정부 시절 실시했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다시 꺼내들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단기 국채를 매도하고 장기 국채는 매수해 인플레이션 부담없이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방법이다.
버냉키의 기준금리 정책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재의 제로금리 기조를 오는 2014년 말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최소 2년 정도는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정부의 긴축을 걱정하지 않고 마음대로 소비나 투자를 하도록 독려한 것이다.
연준 최초로 장기 인플레이션 목표도 2%로 공식 제시했다.
시장에서 연준의 정책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게 투명성을 대폭 높인 것이다.
미국 경기회복세는 최근 다시 속도가 붙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에 연율 3.0%로, 2010년 2분기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 1월 실업률은 8.3%로 34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컨퍼런스보드가 집계한 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70.8로 1년래 최고치를 보여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버냉키 의장에게 앞으로 더 많은 도전이 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로금리, 양적완화 등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회복되지 못한다면 일본처럼 장기 불황의 수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향후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다시 긴축으로 접어드는 시점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버블 경기가 다시 재연되거나 반대로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