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함정에 대한 공포에 유럽이 떨고 있다.
유럽 각국은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의 ‘유동성 공급’을 방법으로 택했으나 경제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오는 2014년까지 최고 1300억유로의 추가 구제금융을 그리스에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아져 유럽 경기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투자자들은 유럽 증시에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범유럽 스톡스 600지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약 14% 가량 올랐으며 올해 들어서는 6% 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유동성 장세로 상승한 유럽증시는 그리스가 재정감축 등 긴축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또다른 위험을 부를 수 있다.
그리스 입장에서는 재정주권을 트로이카(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에 넘긴 상황이라 긴축안 실행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오는 4월에는 그리스 총선이 있어 차기 집권당이 긴축안을 어떻게 유지할지도 관건이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는 지난해 11월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동성을 공급하더라도 이것은 문제를 지연시키는 것일뿐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CB가 실행한 LTRO도 유동성 함정 가능성을 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ECB는 지난 29일 3년 만기에 1%의 저금리로 유럽 내 800개 은행에 5295억유로(약 785조원)를 풀었으나 자금이 시중은행권에서만 맴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 지난 27일 1월 유로존 비금융권 대출 증가세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이는 12월 대출 증가율인 1.1%보다 둔화한 것이다.
NYT는 “LTRO로 자금압박의 숨통을 튼 은행권이 기업대출을 늘려 유로존 경제 회복세를 유도할 것이라는 ECB의 기대와는 상반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유로존 은행들이 경영상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LTRO를 통해 대출받은 돈으로 부실자산에 투자하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독일 베를린의 경영·기술 유러피언스쿨의 요르그 로콜 회장은 “이미 부실해진 은행들은 대출 결정을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부활을 위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