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집대성은 책이다. 중국 진나라 통일의 일등 공신인 승상 이사(李斯 )가 중앙집권적 체제인 군현제를 반발하는 유생들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모든 사상서적을 불태운 분서갱유(焚書坑儒·기원전 213년)를 저지른 것도 이 때문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의 군사정권 시절만 해도 ‘불온서적’이란 분류가 존재했다. 책이 식견과 사상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경영자들도 인문학 서적을 즐겨본다. 경영뿐 아니라 인재활용에 대한 교훈도 얻기 위해서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책을 고객과의 만남에서 대화를 풀어가는 주제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최근 본 책은 ‘3분 고전’이다. 저자는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한 박재희다. 지난 2010년 11월에 출간했다. 제목은 옛 성현의 명구를 3분 안에 배울 수 있다는 뜻을 담았다.
이 중 이 행장이 뽑은 성현의 가르침은 청나라 서예가 정판교의 ‘난득호도(難得糊塗)’다.
이 행장은 “총명한 자가 어리석게 보이기는 어렵지만 총명함을 내려놓고 한걸음 물러서면 마음이 편해진다란 뜻이다”며 “더 낮고 열린 마음으로 고객을 대해야 한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객제일·현장경영’을 경영 키워드로 삼는 이 행장에게 어울리는 명구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내정자가 최근 본 책은 ‘조조 사람혁명’이다. 고전 연구가이자 평론가인 신동준이 지었다. 지난해 11월에 출간했다. 중국 삼국시대 조조의 장점 중 ‘인재활용’에 관련한 부분이 책에 담겨있다.
김 내정자는 “조조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배울 점이 많은 인물이다”며 “특히 인재를 찾아내어 그들의 마음을 얻고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그는 “조조는 이익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인재를 존중하는 진정성이 있었다”며 “사람을 존중하는 사례는 누구에게나 교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