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가에는 교양 교육이 화두다. 갈수록 지식 회전율이 빨라지면서 많은 학생들이 전공을 초월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융복합 시대를 맞아 전문 지식과 능력은 물론 개인과 타인, 공동체를 이해하고 소통할 줄 아는 교양과 학제간 융복합 소양을 풍부하게 갖춘 인재가 주목받고 있다.
이에 맞춰 각 대학들이 교양 과목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린 교양 교육의 중요성을 재정립하고 나아가 대학 교육의 근본을 찾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건국대‘글로컬 소통·통섭교육원’ 첫 원장에 임명된 홍우평 교수(커뮤니케이션학)는 교양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학부생들의 교양 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시대흐름에 맞는 교양교과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교양 교육 전담기구가 필요하다”며 “교육원 이름에서 소통과 통섭이라는 대학 교양 교육의 방향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건국대가 최근 출범한 ‘글로컬 소통·통섭교육원’은 학제간 융복합 소양과 인성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학부 교양 교육 전담 기구다.
새학기 개학과 동시에 출범한 소통·통섭교육원은 교양 교과과정 개발과 다양한 교양프로그램 운영 등을 맡게된다. 또 인문사회와 과학기술, 문화예술을 아우르는 융복합 교양과목을 개설하고 교수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 학기 ‘교양 교과목 공모’ 사업을 실시해 학문 수요에 맞는 교양 교과목을 신설하기로 했다.
건국대 소통·통섭교육원은 올해부터 △소통교양 △통섭교양 △인성교양 등 3가지 영역별 교과목 체제를 도입한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디지털 시대 대학생들에게 부족한 글쓰기가 크게 강화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2학기부터는 글쓰기 전담 교수 10명이 직접 1대 1로 학생들의 글쓰기 상담과 지도를 해주는 ‘스마트(SMART) 글쓰기 클리닉’을 개설해 맞춤식 글쓰기 지도를 해주고 있다.
영어 교양 교육도 단순한 회화 중심에서 탈피해 영어 글쓰기와 영어 프리젠테이션(PT)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과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홍 교수는 “학생들의 자아실현과 자기계발을 돕는 교양 강의를 만들 생각”이라며 “교수들과 학생들이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해보는 사제동행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교양 교과목 공모사업을 시행해 학생들이 원하는 새로운 강의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대학 교육 근본 찾자…품격 높인 교양 강의 = 교양 교육의 재정립을 먼저 제시한 곳은 경희대다. 경희대는 대학 교육의 본질을 되찾고 학부 교양 교육의 면모를 새롭게 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후마니타스 칼리지(Humanitas College)를 운영하고 있다. 한 대학이 체계화된 교양 수업을 계획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후마니타스 칼리지 설립 배경에는 대학이 교양 교육의 체계적인 발전·관리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대학의 교양 수업은 인문·사회·과학 등 다양한 영역의 지식과 학문적 기초소양을 익힘으로써 통합학문의 기본을 닦는 과정이지만 최근에는 본래의 취지를 잃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학점을 잘 주는 과목으로만 수강생이 몰리거나 교수 개인의 실력에 따라 강의의 질이 결정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크게 △중핵교과 △배분이수교과 △자유이수교과 △기초교과로 구성된다. 서울·국제캠퍼스 구분 없이 모든 경희대 신입생들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양교육과정을 총 35학점 이상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중핵교과와 시민교육, 글쓰기 등 핵심과목은 강좌당 수강인원 수를 20~40명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발표·토론의 수준이 높아지고 교수·학생 간 의견교류도 더 활발해졌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다양한 학문분야를 탐구하고 기초소양을 쌓을 수 있는 배분이수교과 과정도 눈에 띈다. 이 과정은 △자연·우주·물질·기술 △평화·비폭력·윤리 △논리·분석·수량·세계 등 총 7개의 주제영역으로 구성됐다. 7개의 주제영역 중 관심분야에 맞게 5개 영역을 이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