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각중 경방 명예회장 “국내 경제발전 이끈 재계 큰별”(종합2)

입력 2012-03-17 19:49 수정 2012-03-1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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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기업 경방 장수 중견그룹으로 이끌어…선친 이어 전경련 회장 올라 화제

17일 타계한 김각중(87) 경방 명예회장은 국내 대표 섬유기업인 경방을 오늘날의 중견그룹 위치로 자리매김시킨 재계의 대표적인 2세 경영자다.

경방은 일제강점기인 지난 1919년 ‘우리 옷감은 우리 손으로’라는 창립이념 아래 세워진 93년 역사의 민족기업으로, 우리나라 상장 1호 법인이기도 하다. 1941년에는 만주에 남만방적을 준공,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진출을 실현하기도 했다.

▲현업시절 내한한 핀란드 상공장관과 함께 경방 용인공장을 둘러보는 김각중 명예회장. 사진제공=경방 타임스퀘어
◇교수에서 기업인으로 = 김각중 명예회장은 고(故) 김용완 회장(1904~1996)의 1남 4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김 명예회장은 인촌 김성수 선생의 막내 여동생인 김점효 여사(작고)의 아들로 김상하 삼양그룹회장과 고종사촌간이다.

1944년 연희전문학교(현재 연세대학교) 이과를 거쳐 1956년 미국 베리어대학을 졸업하고, 1964년 미국 유타대학교에서 이론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내에 귀국해 1965년부터 1971년까지 고려대 화학과 교수직을 맡았으며, 이후 경방에 입사했다.

경방 입사 전인 1967년부터 대한화섬 상무 겸 공장장으로 입사해 경영 실무를 쌓았으며 1969년부터 경방 감사직에 참여 한 후 50세인 1975년 선친의 뒤를 이어 경방 회장에 취임했다.

▲1970년대 초 김각중 명예회장이 경방 공장을 시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경방 타임스퀘어
그는 경방을 이끄는 동안 ‘상식과 양식에 따른 경영’을 경영이념으로 삼았다. 상식을 무시하지 않고 양식에 따라 판단한다면 경영실패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 1972년 "섬유산업은 사양산업"이라는 이유로 공장증설을 반대하는 주주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용인공장을 신설, 건실한 공장으로 키운 일화가 있다.

그는 진솔하고 강단 있는 성품으로도 유명했다. 1975년 경방 회장 취임 후에는 사장에게 경영권을 맡기는 등 전문경영인을 우대했다. 경기불황기인 1981년에는 사장으로 자진 ‘강등’하면서 노력한 끝에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놨다.

1990년대에는 방직업이 하향세로 접어들면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에 힘을 싣는 것과 동시에 유통 등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경방필백화점을 운영하며 유통산업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2009년에는 옛 경성방직 자리에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를 성공적으로 오픈했다.

◇섬유업계․재계 수장으로 경제발전 기여 = 김 명예회장은 지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제 26, 27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으로 선임돼 재계 대표로 활동했다. 당시 그의 회장 선임은 부친인 고 김용완 경방 명예회장에 이어 부자(父子)가 나란히 전경련 회장 자리에 오른 것으로 큰 화제를 낳았다.

▲김각중 명예회장은 선친인 고 김용환 창업주에 이어 전경련 회장에 올라 재계를 이끌었다. 2002년 전경련 회장단, 중진회원 만간간담회 모습. 사진제공=경방 타임스퀘어
996년 작고한 김용완 회장은 1964년부터 1966년까지, 1969년부터 1977년까지 10년간 전경련 회장을 역임했고 김각중 회장은 1999년 11월 회장직무대행에 선임된 이후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제26, 27대 회장을 맡았다.

이는 부자 간에 무려 6대, 14년 동안 재계 총수 자리를 맡은 이색기록으로, 온화하고 친화력 있는 인품과 탁월한 리더쉽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전경련 회장 당시 김 명예회장은 온화하고 소탈한 품성으로 친선과 융합에 앞장서, 재계의 양심과 기업인의 인격을 대변하는 인물로서 내외부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그는 대한민국 최초 섬유기업의 대표로, 섬유업계의 큰 어른으로서도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1974년부터 1985년까지 중앙염색가공회 회장직을, 1980년부터 1989년까지 한국섬유기술진흥센터 이상장직을 맡았다. 1989년부터 1992년까지는 섬유산업연합회 회장직을 역임했다. 이후 1995년부터는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명예회장직을 맡아왔다.

국내외 경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982년부터 1988년까지는 서울상공회의소 상임위원직을, 1990년부터 1997년까지는 한일경제협의회 부회장직을, 1984년부터 1997년까지는 제일은행 회장직을 맡으며 우리 경제발전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

김 명예회장은 이러한 국가적 공로를 인정받아 1983년에는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으며 이탈리아, 핀란드, 뉴질랜드로부터는 공로훈장을 받았다. 또한 1999년에는 ‘20세기 한국을 빛낸 30대 기업인’으로 선정됐다.

◇노사화합․사회공헌 전통 고수 = 김 명예회장은 장수기업들의 특징 중 하나인 노사화합과 사회공헌 면에서도 독특한 전통을 고수했다. 창립자인 인촌 김성수 선생이 본래 교육에 관심이 높았던 만큼, 사원들의 현장 및 학교 교육에는 일찍부터 큰 비중을 뒀다.

배우지 못한 공장직원들에게 일하면서 배울 수 있는 학교설립을 통해 배움의 기회를 마련해주는가 하면,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혁신공법을 배울 수 있는 현장기술교육을 활발하게 벌였다. 이는 방직산업 전문인력이 부족한 이 시대에도 우수한 인재들을 보유하고, 연구와 생산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됐다.

▲2001년 전경련 회장 당시 방한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오찬하는 김각중 명예회장. 사진제공=경방 타임스퀘어
김 명예회장은 평소 “산업발전과 동시에 기업에 종사하는 직원과 그 가족들의 생활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며 “직원들과 한 가족 같은 돈독한 분위기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원칙을 잘 지켜온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서전 ‘내가 걸어온 길 내가 가지 않은 길(2004)’에서 “방직 기계나 원면은 생명이 없는 존재이지만, 그것들은 실내의 공기나 습도에 오히려 사람보다 더 예민한 반응을 한다. 불쑥 공장에 들어가보면 나의 귀에는 실이나 방직기들이 내는 미세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 살피는 마음이 곧 성심이라고 생각한다. 기계를 만지고 일하는 사람들이 성심을 가지고 일한다면 설령 그 기계가 오래된 구형이라 해도 기대를 크게 배반하지 않는다.”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김 명예회장은 지난 2007년 명예회장직으로 한발 물러서며 기업의 숨은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자처했다. 이로써 지난 1975년 경방의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던 김각중 회장은 33년간의 대표이사 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대표이사 재임 기간에 지난 1919년 경성방직주식회사로 출발했던 회사를 경방이라는 국내 대표적인 섬유 수출기업으로 탈바꿈시킨 뛰어난 경제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섬유산업을 대한민국 대표 수출산업으로 키우고 경제발전을 이끌어 낸 시대의 큰 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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