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차기 행정장관으로 꼽힌 렁춘잉 전 행정회의 소집인은 중국과 홍콩 사이의 정치적 긴장을 완화하고 치솟는 물가와 집값에 고통받는 서민들의 불만을 달래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고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그는 이날 치러진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에서 과반이 넘는 689표를 얻어 당선됐다.
렁춘잉 당선자는 유세 기간 서민주택 확대와 주택마련을 위한 저리 융자 제공, 최저임금 인상 등의 친서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오는 10월께 권력 교체가 일어나는 중국 지도부의 입장에서는 친서민 정책을 내걸은 렁춘잉을 밀어 홍콩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베이징대의 쿵칭둥 교수가 지난 1월 홍콩인을 개에 비유하는 발언을 해 홍콩 주민들을 격분케 한 이후 홍콩에서는 지난달 중국인을 메뚜기에 비유하는 광고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의 부자들이 홍콩에 무분별하게 투자해 집값을 뛰게 한다는 서민들의 반감이 커지는 등 홍콩과 본토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중앙정부의 고민도 깊어진 가운데 렁춘잉은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이번 선거는 또 홍콩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논쟁을 다시 촉발시킨 계기가 됐다.
선거가 열린 홍콩컨벤션전람센터에서는 2000여명이 모여 직접선거를 촉구하고 중국의 선거 개입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렁춘잉 당선자는 여론조사에서 줄곧 절반이 넘는 지지율을 보였으나 중앙정부가 그를 민다는 소식에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졌다.
선거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렁의 지지율은 39%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