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사태 이후 초토화했던 제조업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하지만 종전과는 다르다.
‘세계의 공장’ 역할이 중국에서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으로 바뀌었다.
수출대국 중국이 내수 확대로 방침을 전환하는 한편 선진국들은 성장 엔진이었던 제조업의 쇠퇴에 경각심을 가지면서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JP모간체이스가 지난 1일 발표한 2월 세계 제조업 경기지수(PMI)는 51.1로 전월의 51.3에서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지수는 3개월 연속 분기점인 50을 웃돌아 제조업의 견조함을 과시했다.
특히 미국의 제조업은 거대 시장과 첨단 기술력에다 최근 인건비 부담까지 줄면서 본격적인 회복에 나서고 있다.
2012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낌없는 지원까지 더해져 미국 제조업은 세계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소싱(Insourcing)’으로 명명한 제조업 지원책을 표방하며 제조업을 밀어주고 있다.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의 앨런 크루거 위원장은 “대공황 이래 최악의 불황에서 회복되고 있음이 입증됐다”며 “미국의 고용 개선은 제조업이 견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2월 미국 제조업의 고용은 3만1000명 증가했고, 지난 2년 동안 42만9000명이 일터로 돌아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의 단위 노동비용(일정량의 물건을 만드는데 필요한 노동 비용)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간 13% 하락했다.
금융 위기의 충격파에서 탈출하기 위해 미국 제조업계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감내한 결과다.
3·11 대지진 쓰나미로 망연자실했던 일본 제조업도 자조 노력과 정부의 도움으로 서광이 비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지난해 대지진으로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이 끊기고 여름에는 전력대란 우려로 골머리를 앓았다.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던 엔고와 끝이 보이지 않는 유럽 재정위기도 수출을 압박했다.
그러나 일본 제조업은 신속한 위기 대응력과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예상보다 빠르게 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과 중화권에 밀려난 것을 전화위복의 계기를 삼고 채찍질을 멈추지 않은 결과다.
일본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자동차 및 전자업계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자연재해 재발과 환차손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산업 공동화를 우려해 생산의 해외 이전을 되도록 자제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자발적으로 임금을 동결해 회사의 자구 노력에 동참, 절약된 자금은 고스란히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제조업이 활기를 되찾는 것과 달리 중국의 제조업은 하락 일로다.
중국은 지난 2010년부터 경제 성장 기조를 수출 위주에서 내수 확대로 전환했다.
금융 위기로 수출 위주 경제 정책이 외부 변화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제조업이 힘을 잃으면서 경제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작년 가을 이후 ‘둔화(slowdown)’ 아니면 ‘경착륙(hard-landing)’ 우려가 커진 상태다.
미국 컨설팅 업체인 알릭스파트너스는 중국의 대외 무역은 지난 10여년간 급속도로 확대했지만 대부분이 외국계 기업이 주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알릭스파트너스는 외국 기업의 엑소더스를 유발한 중국의 임금은 연율 30%씩 상승할 것이며, 운수 비용도 연율 5%씩 오를 것을 가정하면 중국의 노동비용은 2015년이면 미국과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도 북미 생산 거점을 중국에 두는 데 따른 경쟁력은 2015년이면 소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제조업이 위기를 뛰어넘으려면 신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제조 및 기술 분야에 대한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