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 자라, Forever21 등 지금 명동은 SPA 브랜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대형기업들이 잇달아 진출을 선언하면서 명동대로를 SPA가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제일모직은 2월 24일 에잇세컨즈를 오픈했고 이랜드그룹은 2월 29일 600㎡ 규모로 미쏘 매장을 열었다. 지난 13일 기자가 방문한 명동은 SPA들의 전쟁터였다.
“정말 싸기는 싸다.” 이날 미쏘 매장에 들어가던 한 여성의 말이다. 미쏘는 브랜드데이 행사로 검은 풍선을 매장 앞에 매달고 20% 할인 문구로 고객들을 유혹했다.
매장에 들어가자 바로 눈에 띈 것은 매장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검은 대형 쇼핑백이다. 매장 매니저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다른 브랜드 상품보다 저렴하다 보니깐 고객들이 대량 구매하게돼 편의를 돕기위해 대형 백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박리다매의 전략을 추구하는 SPA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봄·여름이라는 계절적 요인도 SPA브랜드의 인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민소매, 반팔티, 핫팬츠 등 여름옷은 겨울옷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Foever21의 매장에서는 민소매가 3800원, 반팔티는 5800원, 여름 샌달은 9500원으로 1만원대 미만의 제품으로 채웠다.
유재은(22·여)씨는 “민소매는 레이어드해서 입기 좋은 기본 아이템인데 가격도 저렴하고 색깔별로 다양해서 3개나 샀다”며 “그래도 1만원을 조금 넘는다”고 만족함을 나타냈다.
에잇세컨즈 2층 매장의 판매 직원은 “이 블라우스가 마지막 남은 제품”이라며 “스타일이 요즘 트렌드를 담았지만 가격은 3만원대로 싸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눈스퀘어 주변 에잇세컨즈와 H&M 블럭 맞은편 LG패션의 TNGT는 SPA 매장 대비 너무나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문윤홍 명동부동산 대표는 “명동의 고객들은 가격이 높은 대형 패션 매장보다 저렴한 SPA를 선호한다. 부동산 매물 수요도 저렴한 패션·잡화 위주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땅 값이 가장 높다는 명동에서 덜 고급스럽더라도 저렴한 상품이 선호받는 현상을 읽을 수 있다.
문 대표는 비싼 상품은 명동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하루 유동인구가 130만명에 달하지만 대부분 고객이 20~30대 초반의 주머니 사정이 직장인 대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저가 화장품, 저렴한 패션·잡화 브랜드가 명동에서 먹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가격을 합리적으로 낮추면서 품질을 높인 SPA가 명동에서 선호받는 것은 필연적이다. 에잇세컨즈에서 만난 김현미(20·여)씨는 “트렌드한 다양한 옷을 사고 싶지만 가진 돈으로는 백화점에서 1벌 사는 수준이다”며 “SPA 브랜드들은 트렌드에 뒤지지 않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많이 찾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