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지사직 사퇴를 놓고 입장을 번복하면서 그의 대권가도는 2010년 도지사직 재선도전 때부터 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출마 의지가 분명함에도 도지사 선거에 다시 나선 데다, 사퇴 시점 등 대선시계를 정확히 계산하지 않아 비난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대권을 꿈꿨던 김 지사는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지사직 재도전에 나서며 2012년 대선도전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중도에 떠날 것이란 인상을 줘 표를 깎아먹을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었다. 그는 선거를 보름 앞둔 시점엔 “(대선 출마는) 전혀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만약 대통령에 출마한다고 하면 도지사(선거)에 나오지 말고 대선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도지사 초선 시절부터 대권꿈을 키워왔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지사직 재선 중에도 “상황을 보겠다”며 계속 대권을 곁눈질했다. 당내 유력주자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선 “소통이 안되는 사람” “대선 경선용 공천을 했다”는 등 끊임없이 각을 세웠다.
이번 4·11 총선을 앞두곤 “박 위원장이 과반 의석을 이끌어내면 그의 대선을 도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22일 대선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박 위원장을 위해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그의 말 바꾸기 행태는 지사직 사퇴를 두고 정점을 찍었다. 지사직을 유지한 채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할 수 없는 그는 “조만간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하겠다”고 사퇴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에 “당 대선후보가 되면 사퇴하겠다”고 번복했다. 도민들의 요구와 도정 공백, 보궐선거 비용 등에 대한 우려가 이유였다.
지사직 유지로 그는 도지사로서 “도정에 전력”하는 한편 경선 후보로서 “계란으로 바위깨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또한 “정치 선진화를 위해 몸 바치겠다”는 출마 일성도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야당에선 “양손에 떡을 쥐려 한다”는 비판과 함께 “경기도정을 징검다리로 활용했다”며 사퇴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사직 사퇴를 두고도 말을 바꿀 정도면 대선 준비를 면밀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역시 “거듭 말을 바꾸는 인물이라면 대통령 후보 자격이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면서 “결단력, 진정성으로 호소하고 희망과 감동을 줘야 하는데 이런 식으론 경선에 나와도 관심을 못 끈다”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