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CEO 대해부]‘건설사관학교’현대·대우 출신 전성시대

입력 2012-04-26 08:54 수정 2012-04-2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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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 중견 건설사중 4개社 CEO 차지…워크아웃 등 경영위기 이겨낸 저력

“현대건설이나 대우건설 임원 출신이라면 검증할 필요 없는 거 아닌가요”

건설업계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이들 건설사 임원 출신들이 건설업계에서 얼마 만큼 활약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건설업계의 종가집’ 현대건설은 1947년 창립 65년의 역사에서 보듯 건설업계 전현직 CEO 수십여명이 현대 출신이다.

39년 역사를 지닌 대우건설도 인재 사관학교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업계 CEO를 다수 배출하고 있다.

현재 30개 중견 건설사중 6개 회사 CEO가 현대건설이나 대우건설 출신이다. 다른 대형 건설사 출신 CEO가 몇 안되는 것과 대비 된다.

이들 건설사 출신 임원들이 중견은 물론 대형 건설사 CEO 자리를 다수 꿰차고 있는 것은 수 차례 경영위기를 이겨낸 저력도 있다는 점이다. 대우·현대건설은 각각 1999~2002년, 2001~2006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라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게다가 대우건설은 2006년 부터 지난 2009년까지 3년 연속 국내 시공능력 평가 1위를 지켰고, 현대건설은 바통을 이어받아 2010~2011년 2년 연속 건설업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같이 위기를 극복하고 오히려 기회로 만든 이들의 능력을 업계에서 높게 평가하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이들은 대부분 주택, 토목, 건축 등 다양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20~30년간 쌓아온 건설·부동산 인맥이 탄탄하다는 사실도 업계의 러브콜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이유다.

대우건설은 건설업계 인재 사관학교로 불린다. 대표적인 인물로 대우건설 사장을 역임한 박창규 롯데건설 사장을 들 수 있다. 인하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박 사장은 1977년 평사원으로 대우건설에 입사한 이후 2006년 사장에 오르기까지 약 30년간 토목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리비아, 파키스탄 등 해외 현장을 거쳐 토목 공무부장, 외주구매본부장 상무이사, 토목사업본부장 전무이사 등을 역임하며 줄곧 토목과 해외영업을 맡아 왔다.

롯데건설에선 해외 토목 플랜트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그룹 당면과제인 제2 롯데월드 등 초대형 프로젝트를 원활히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탁월한 업무 능력에다 포용·친화력을 겸비한 리더십이 강점이다.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대표이사)도 대우건설 출신이다. 대우건설 재무본부장을 역임한 김 사장은 지난 2000년 한화그룹 건설부문 CEO로 옮긴 후 최근까지 10년 이상 한화건설을 이끌어 오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김 사장은 ‘꿈에그린’브랜드를 런청했고, 인천에 에코메트로 시리즈를 발표하는 등 단지 재벌 계열사에 불과하던 한화건설을 업계 11위까지 끌어 올린 장본인이다.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근포 한화건설 사장도 같은 대우건설 출신이다. 이 사장은 주택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기동 두산건설 부회장도 대우건설 건축·주택부문장(부사장)을 역임했다. 2007년 두산건설로 자리를 옮긴 김 부회장은 정통 엔지니어출신으로 두산건설의 주택사업과 해외진출 부문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대우건설 개발사업본부장(부사장)을 역임한 원일우 전 대우건설 개발사업본부장(부사장)이 금호건설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원 사장은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직접 스카웃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2006~2009년 대우건설이 금호그룹 계열사로 편입됐을 당시 건축본부장이던 원 사장을 박삼구 회장이 눈여겨 봐 왔다는 후문이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기옥 사장이 총괄사장임에 변함이 없다”면서 “해외분야 영업 경쟁력 강화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디벨로퍼 시대 개막을 알린 이른바 디벨로퍼의 대부로 불리는 넥서스개발 최성남 회장과 이정배 전 양재동 파이시티 사장도 대우건설 출신이다.

현대건설 출신은 오랜 역세에서 나오는 포괄적 경험과 추진력을 강점으로 한다. 현대건설은 공기업에서 활약이 더 두드러진다. 가장 대표적인 이가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다.

이 사장은 건설부(현 국토해양부), 수자원공사에서 공직생활을 한뒤 1976년 현대건설 현장소장으로 입사했다. 전무, 부사장 등을 지내고 경인운하 사장, 포청 경복대 교수를 거쳐 다시 현대건설 사장으로 친정으로 복귀했다.

2003년 3월부터 3년간 그는 충남 서산간척지 개발과 이라크 미수금 문제(6억8400억달러)를 해결했다. 이는 2006년 워크아웃 졸업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지난 1월 대한주택보증 사장으로 임명된 김선규 사장도 현대건설 출신이다.

그는 1977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2004년 현대건설 관리본부 본부장, 2006년 영업본부 본부장(부사장)을 역임했고, 2009년부터 현대도시개발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바 있다. 주택경기 침체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대한주택보증을 정상화 시킬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건설 사장을 역임한 이후 지난해 한전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중겸 사장도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는 현대건설 사장 재직 당시 공격적인 영업전략으로 업계 최초로 매출 10조원 시대를 열었고 워크아웃 이후 업계 순위(시공능력기준) 3위까지 추락했던 회사를 1위로 끌어 올렸다.

이밖에 중견 건설업체에서는 LIG건설 강희용 사장, 경남기업 김호영 사장, 한양 박상진 사장 등이 현대가 출신으로 종횡무진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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