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에서는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에 따라 국회의장의 권한이 대폭 축소됐다. 가장 막강한 권력이던 ‘직권상정’ 제도가 사실상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입법, 사법, 행정부의 수장인 3부 요인 중에서도 첫 자리를 지키는 위상에 비해 실제적인 힘은 형편없는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바뀐 국회법에서는 직권상정의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있을 시로 제한했다. 이 밖의 상황에선 각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가 있어야만 직권상정이 가능하다. 이는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한 의원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시간제한 없이 무제한 토론할 수 있도록 한 필리버스터 제도와 함께 ‘식물국회’ 가능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제도 중 하나다. 박정희 전두환 두 군사정부에서 의장이 대통령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던 것에 비하면 독립적인 권한이 많아졌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정의화 전 국회부의장은 국회선진화법이 처리되자 “19대 국회는 역사상 가장 무기력한 국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하원의장과 비교하면 의장이 가진 권한의 차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현재 우리나라 의장의 임기는 2년이지만, 미 하원의장은 의원직을 유지할 경우 장기적으로 지낼 수 있다. 평균 6년 정도를 지낸다. 또 의장을 지낸 뒤엔 ‘정계은퇴’ 수순을 밟기에 정치원로들을 우선적으로 배치하는 우리와 달리 하원의장은 다수당의 원내대표가 맡기 때문에 힘이 막강하다.
하원의장은 회의소집이나 법안 상정시에도 철저히 권한을 활용해 주도한다. 또 우리처럼 의장 취임과 동시에 당적을 버리지 않고 당적을 유지하기 때문에 각종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 발언하고 의원들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그야말로 ‘실세 중의 실세’인 하원의장에 비하면 우리나라 의장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는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국회의 의장은 권한이 센 미국 하원의장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다수결로 결정되는 의사의 사회를 보는 기능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19대 국회 전반기 새 의장은 내달 2일 새누리당 내에서 경선을 통해 선출된다.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지를 받는 6선의 강창희 의원과 친이(친이명박)계 5선 정의화 의원이 각각 후보로 등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