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에서 ‘김한길 역(逆)대세론’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박 연대’(이해찬-박지원)를 이룬 이해찬 후보와의 대척점에 선 김한길 후보가 전국순회 대의원 투표 9라운드인 강원도에서 누적득표 1위로 올라서면서다. 최대 승부처는 서울·수도권 대의원 투표와 일반인이 참여하는 모바일 투표가 될 전망이다.
이번 경선은 대의원 현장 투표 30%와 일반 시민·당원 대상 모바일·현장 투표 70%를 합산해 당 대표 등 지도부를 선출한다.
현재 대의원 투표를 앞두고 있는 곳은 전북과 수도권이다. 전북은 정세균·정동영 상임고문의 영향력이 강한데다 ‘反이해찬’, ‘친노(노무현)’ 독주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 수도권에선 손학규 상임고문의 입김이 적잖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김 후보의 역 대세론은 견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김미현 서울마케팅리서치 소장은 31일 PBC 라디오에서 “양 후보의 표차는 미비하기 때문에 승부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표심과 70%의 비중인 일반 당원·시민 모바일 투표에서 (승부가) 갈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선거 흐름이 ‘김한길 우세’로 계속 지속된다면, 수도권과 모바일 투표도 이 흐름을 따라갈 수 있지만 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본게임은 이제부터라는 얘기다.
서울(2798명)·인천(627명)·경기(2640명) 등 수도권 대의원수는 6065명으로 전체 대의원의 40.4%다. 세 지역 표심 향방이 10여일 간 전국을 돌며 혈투를 벌인 것과 맞먹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편에선 수도권 대의원 상당수가 호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전남 지역에서 우세를 거둔 김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모바일 선거인단 수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저조한 점도 이 후보의 선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전날 오후 9시 국민참여 선거인단 신청 마감 결과 총 12만3286명이 등록해 지난 1·15 전대 당시 64만3353명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참여가 저조할수록 조직 동원력의 효과가 커진다는 점 때문에 ‘시민주권’ ‘국민의명령’ 등 친노단체 동원력을 등에 업은 이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전북 전주를 끝으로 전국 순회 투표를 마무리한다. 서울·인천·경기 지역 대의원들은 전대 당일인 오는 6월 9일 전당대회 현장에서 투표에 참여한다.
현재까지 9차례 열린 지역 경선 누적 득표에선 김 후보(1921표)가 부산과 광주, 대전·충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1위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경선 초반 ‘대세론’을 형성한 이 후보는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론’ 등의 역풍에 직면하면서 1837표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두 후보에 이어 추미애 강기정 우상호 조정식 후보가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