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한국여성경제학회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25일 공동 주최한 ‘일·가정 양립을 위한 국제학술회의’에서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가정양립지원정책은 차별금지, 적극적 조치에 이은 가장 최신의 여성고용전략으로 지난 10년간 모성보호, 육아휴직 등 제도적 발전이 두드러졌다”고 평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대부터 여성고용정책의 일환으로 일가정양립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여성부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는 육아휴직 수당, 양육수당, 출산수당 등 다양한 제도와 비용지원을 마련하고 있지만 주로 대기업이 많이 시행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중소 영세 기업은 도입하기 쉽지 않아 대다수 여성 근로자들은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여성 근로자의 42%는 비정규직이며 이 가운데 30%가 넘는 사람들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며 “정작 도움받아야 할 영세기업의 저임금 여성 근로자들은 일·가정 양립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육아휴직 수당은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원되기 때문에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직장에 다니면 수당을 받을 수 없어 육아휴직 수당은 물론 휴직 자체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은 육아휴직 제도가 마련됐지만 남성의 참여율이 낮은 점도 문제로 꼽았다.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육아휴직 사용자 가운데 남성은 단 2%뿐이다. 이는 2009년 1.4%보다 늘어난 수치다. 우리나라 남성의 육아휴직 기간은 3개월로 여성 1년에 절반도 안 된다.
김 연구위원은 “일·가정이 양립하려면 남여 모두 육아에 참여해야 하는데 남성은 육아에서 배제되고 여전히 여성이 육아와 일 모두 부담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의 경우 육아휴직 파파스 쿼터라는 제도를 통해 아버지의 참여를 높이고 있다. 스웨덴의 육아휴직 기간은 14개월로 이 기간 중 2개월은 아빠 몫이다. 엄마가 대신 사용할 수 없어 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없어진다.
김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 근로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은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20시간으로 2등 국가와 300시간이나 차이가 난다”며 “장시간 일하는 환경에서는 일·가정 정책을 마련해도 참여하기 힘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남녀역할분담체계에 대한 도전없이 일·가정양립 정책은 여성노동자의 이중부담을 늘리는 등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남녀 모두가 일과 가사를 분담하고 병행하도록 지원하는 일가정양립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