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과 한국GM, 쌍용차는 역사적으로 공통분모를 지녔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를 맞아 ‘합종연횡’에 휘말렸다는 점이다.
그러나 올들어 각기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한국GM과 쌍용차의 행보는 최근 르노삼성 부진의 원인을 분석하는 기준점이 된다.
한국GM은 지난해 GM대우에서 사명을 바꾸고 쉐보레 브랜드를 출시했다. 10%에 못 미치는 내수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썼다. 신차 8종을 추가하며 라인업을 확대했다.
이같은 노력은 올들어 빛을 발한다. 내수 차시장이 본격적인‘수요위축기’에 접어들었지만 한국GM은 판매량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전체 차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판매가 증가한다는 것은 시장점유율 상승을 의미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한국GM의 이같은 선전에 대해 예고된 수순이었다고 평가한다. GM의 글로벌 소형차 전략기지로 성장하며 GM 내부적으로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
무엇보다 판매와 상관없이 전체 라인업을 갖추고 경쟁력을 키워왔다.
경차부터 소형차, 준중형, 중형, 준대형차에 SUV와 미니밴까지 풀라인업을 꾸렸다. 안팔리던 중형차 ‘토스카’ 생산을 끝까지 고집했던 이유는 후속으로 등장한 글로벌 중형세단 ‘말리부’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판매 부진과 관계없이 어떻게해서든 전체 라인업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셈이다.
때문에 시장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도 커졌다. 경기가 안좋을 때에는 경차와 소형차에 집중했다. 2009년 이후 호황기에는 SUV와 준대형차 판매에 주력했다.
르노삼성이 2008년 이후 4가지 라인업만 유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무엇보다 한국GM은 차를 개발도 하고 생산도 한다. 단순히 생산기지에 머물러있는 르노삼성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쌍용차의 부활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쌍용차의 전성기는 2000년대 초. 당시 ‘7인승과 디젤차’라는 구매력을 갖추고 회사는 급성장했다. 그러나 상하이차 인수와 법정관리 등을 거치며 회사는 가시밭길을 걸었다.
쌍용차는 최근 전성기 때의 판매인 16만대 수준을 조만간 회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쌍용차의 내수와 수출목표는 13만대. 지난해 11만3000 판매에 이어 단계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16만대 시절에는 내수판매가 60%를 넘었지만 지금은 수출이 60%다. 내수시장에서 확대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쌍용차는 뚜렷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법정관리 등을 거치며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판매 하락에 시달렸지만, 쌍용차는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쌍용’이라는 브랜드는 무시못할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당장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회사홍보와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르노삼성이 고객만족도 1위에도 불구하고 내수부진을 겪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의 최근 판매부진은 제품가치를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한국GM과 쌍용차의 최근 시장 확대는 거시적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참고할 만 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