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 국내 공기업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로 부터 그 동안 경영성과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한 공기업의 CEO가 돌연 사표를 내던지고 휴가를 떠나는가 하면, 사장이 직접 나서 정부 감사가 잘못됐다며 정면으로 반박하는 자료를 배포하는 등 기존의 태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들이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건 감사원의 감사 내용 때문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강 사장은 2008년 취임했고, 3년 임기를 마친 작년에도 해외 자원개발 성과를 인정받아 1년 연임에 성공한 사람”이라며 “현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정책과도 잘 부합되는 인물인데 갑자기 사의했다는 건 감사원 때문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석유공가 업무의 중요성을 감안해 그의 임기를 현 정부가 끝나는 내년 초까지 연장하려고 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지난 4월 해외자원개발 관련 공기업들이 16조원이 넘는 거액을 투입하며 자원개발을 했지만, 국내로 들여오는 가스나 석유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석유공사의 경우에는 2010년까지 191개 해외 석유개발 사업에 15조원을 들여 2003년 3.1%에서 2011년 말 13.7%로 ‘자주개발률’을 끌어올렸지만 국내 반입 물량이 없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형식적으로 성과를 높이는데 혈안이 돼 자주개발률만 높였다는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성과만을 중시한 CEO의 ‘꼼수’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강 사장은 발끈했다. 감사원에 수차례 불만을 토로했고, 임원회의 때도 겉으로 드러난 자료만으로 분석했던 감사원의 감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공사의 한 관계자는 “임원 회의 때 ‘그럼 석유공사는 도대체 무엇을 하라는 것이냐’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며 “칭찬을 받아도 시원치 않은데 비판을 들었으니 공든 탑이 무너졌다 생각하지 않았겠냐”고 사의 표명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는 강 사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내년 2월까지 같이 가자’라고 설득에 나섰지만 강 사장이 이를 거절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공기업들은 정부의 꼼꼼하지 못한 공기업 관리가 이번 사태를 부른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작년 김쌍수 전 한국전력의 사장도 비슷한 예다. 정부의 물가억제정책으로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해 적자가 지속되자 김 사장은 무능한 CEO로 찍혔다. 소액주주들은 당시 김 사장이 전기요금 인상을 적극적으로 정부에 요구하지 못해 전기요금이 원가 이하에 머물렀다면서 2조80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김 사장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정책으로 적자가 났는데도 사장 혼자 십자가를 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민간기업에 자금지원 사실이 드러나 특혜와 외압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광물자원공사도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광물자원공사는 11일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 처분요구에 대한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자사 홈페이지 전면에 게재했다.
광물자원공사는 ‘경남기업 지분매입 및 암바토비 지분 매각’과 관련, 감사원이 무리하게 추진해 1000억원대 손해를 입혔다는 감사원 지적에 대해 투자원금 대비 236억원의 차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또한 동양시멘트 지원에 대해서도 동양시멘트가 1995년부터 광물공사의 기술 및 자금지원을 받아왔고 광물공사는 2회에 걸쳐 신디게이트론에 참여했는데 마치 신규로 참여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광물자원공사는 “감사원에 자심의 청구를 요구했고, 사실관계 확인없이 일방적으로 허위보도한 일부 언론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했다”며 “이번 일로 마치 광물공사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국민의 눈에 비쳐지게 됐고, 당장 현재 진행중인 공기업 정부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밝혔다.